"반갑습니다" 15년 만에 찾아온 北 예술단 '열정적 무대'
北예술단, 오늘 서울로…공연 마친 현송월 단장,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
북한 예술단, 10일 서울로 이동... 11일 공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시간 저녁 8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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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예술단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삼지연관현악단은 개막식 다음날인 10일 서울로 이동한다.

북한 예술단 삼지연 관현악단은 당초 강릉 공연 후 9일 서울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더 동해 머물고 10일 서울에 가서 리허설을 한 후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열 예정이다.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은 동해 묵호항에 정박 중인 여객선 만경봉 92호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으나 서울에 도착한 후에는 워커힐 호텔에서 머무르며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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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예술단은 강릉아트선터 공연에서 'J에게'를 포함한 우리나라 가요를 불러 대체로 호평을 받으면서 서울에서는 어떤 공연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은 북한의 대표 가수 리경숙의 ‘반갑습니다’로 시작됐다.

이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이별’(패티김) ‘당신은 모르실 거야’(혜은이) ‘사랑의 미로’(최진희) ‘다함께 차차차’(설운도) ‘홀로아리랑’(서유석) ‘여정’(왁스) 등 북한 연주자들이 쏟아내는 남한의 인기 가요에 관객들의 열기도 달아올랐다. 공연은 예정보다 10분 늦은 8시 10분에 시작해 9시 45분까지 1시간 35분간 이어졌다.

현송월 단장이 현장을 떠날 때 북한 예술단 여성 단원들이 줄을 지어 나왔다. 길 건너편에 있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수십 명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 등 구호를 외치자 단원들은 두 손을 흔들고 ‘와∼’ 하는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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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9일 북한 예술단의 공연과 관련, “이런 날도! 싶었다”면서 “우려를 넘어서서 이제 평화 기원과 뜨거운 관심이 된 평창올림픽, 온 세계 선수들과 세계 시민들의 건투를!”이라고 밝혔다.

북핵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돼 있던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예술단이 방남해 2번의 공연을 펼치는 것은 긴장감을 해소 시키고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8일 당초 우려됐던 북한 열병식 또한 비교적 조용히 치러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최대한 깨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늘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도 전세기를 타고 한국을 찾는다.

문 대통령과 김 제1부부장은 오는 10일 접견을 겸한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어서 남북대화를 거쳐 북미대화 성사라는 문 대통령의 대화로드맵이 어디까지 성사될 지 주목된다.

유화적인 상황 속에서 조성된 모처럼만의 남북 대화 분위기는 북핵 문제 등 핵심 의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해 인도적 지원방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등이 폭넓게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이뤄진 북한 예술단 공연 등으로 10년여간 준비해온 세계인의 축제가 북한 위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실제 북한 예술단 공연 직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올림픽 기사는 안보이고 죄다 북한북한북한 뿐이다(mcha****)", "K-pop으로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를 호령하는 나라에 와서 왜 저런 7~80년대식 공연을 보여주는건지 모르겠다(jung****)",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을 하는데 왜 북한이 축하공연을 하지?(tnqh****)", "이런 수준이하 공연이 10년 준비한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리허설이라는데 분노한다. 평창 주민들과 한국사람들은 올림픽 위해 10년간 준비하며 기다려왔는데 이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통령은 설명해달라.(keyb****)", "개막식이 코앞인데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이름 모르고 북한 현송월 밖에 모른다.(3778****)"는 네티즌들의 불만어린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8일 저녁 주요 지상파 및 종편의 뉴스 채널의 주요 뉴스는 북한 소식으로 채워졌다. 메인 뉴스에서는 북한 예술단 공연 소식이 평창올림픽 소식보다 먼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평창올림픽 임박해서 공연장 점검 등이 이뤄지면서 보통 국제대회를 앞두고 늘 기획보도됐던 올림픽 특집이 어느때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도 북한에서 오는 귀빈이 북한내 서열이 몇 위인지, 북미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어떤 선수가 이번 대회의 메달 후보인지 어떤 선수를 주목해야 하는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주목해야 할 세계적인 선수 들은 누가 있는지 등은 모른채 30년만에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을 맞게 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오늘 저녁 8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서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