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호평 속 "창법·연주 달라 어색" 평가도
북한 예술단 공연 본 관객들 "역시 우리는 한 민족"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8일 북한 예술단이 강릉아트센터에서 한 공연을 보고 나온 김현묵(86·강원 평창) 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이번과 같은 공연으로 남북이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이번 공연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김 씨와 같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강원도예총 회장인 이재한 씨는 예술단이 연주한 우리 노래 '어제 내린 비'가 인상적이었다며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는 한 민족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공연의 열기가 휴전선에도 전달돼 철조망이 봄 눈 녹듯 녹아 남북이 하나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열기가 대단했다"며 "'J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최진사댁 셋째 딸' 등 우리가 좋아하는 곡을 열심히 준비한 표시가 났다"고 호평했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 아직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예술단이 남측 가요를 연주하는 등 관객들에게 다가서려고 했지만, 오랜 분단에서 오는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공연 기획 일을 한다는 이진성(60) 씨는 "우리한테는 아직 정서적으로 안 맞는 것 같다.

창법이 달랐다"며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연주도 조금 어색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예술단의 이번 방남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처음이다.
북한 예술단 공연 본 관객들 "역시 우리는 한 민족"
16년 만에 열린 이번 공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보여주듯, 관객들은 추운 날씨에도 공연을 5∼6시간 앞둔 점심 직후부터 강릉아트센터에 모여들기 시작해 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렸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언론의 취재진도 운집해 이번 공연에 대한 국내외의 큰 관심을 반영했다.

강릉아트센터로 들어오는 도로에 있는 육교 밑에는 보수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모여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 반대집회를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온 이들은 '평양올림픽 아웃'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집회 참가자가 A4 용지 크기의 작은 인공기를 꺼내 불을 붙이려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몸싸움을 벌인 일부 참가자는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강릉아트센터 주변과 인근 도로에 수백 명의 경력을 배치했고 강릉아트센터 앞 주차장에는 게이트를 설치해 공연 티켓을 가진 사람만 들여보내는 등 삼엄하게 통제했다.

경찰이 설치한 게이트 앞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수십 명이 한반도기를 흔들고 '우리는 하나다' 등 구호를 외치며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응원했다.
북한 예술단 공연 본 관객들 "역시 우리는 한 민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