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창 예술단, 만경봉호로 방남… 대북제재 무력화 노리나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예술단 본진이 6일 오후 만경봉 92호(사진)를 타고 동해 묵호항에 들어온다. 통일부는 5일 “북측 예술단 본진이 내일 오후 5시께 만경봉-92호를 이용해 묵호항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만경봉-92호는 내일 아침 9시30분께 동해 해상경계선 특정 지점에서부터 우리 호송함의 안내를 받아 묵호항으로 입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예술단은 만경봉 92호를 숙식장소로도 이용할 예정이다.

북한은 예술단의 방남 경로와 관련해 지난달 실무접촉 때 판문점을 통한 육로 이동을 제의했다. 그러다 경의선 육로로 변경한 뒤 이번엔 동해상을 통해 배를 타고 오겠다고 또다시 바꿨다. 정부는 북한의 이동 경로 번복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만경봉 92호로 오겠다고 일방 통보한 것은 결국 ‘5·24 조치’를 비롯한 각종 대북 제재의 무력화를 노린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판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약점으로 삼아 주도권을 쥐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경봉 92호는 1992년 김일성의 80번째 생일을 기념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소속 상공인의 지원을 받아 함경북도 조선소연합기업소가 건조한 9700t급 대형 화물여객선이다. 1970년대 재일동포 북송선으로 사용된 만경봉호와는 다른 선박이다. 이 배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 다대포항에 정박해 응원단 숙소로 사용됐다.

만경봉 92호의 입항은 2010년 천안함 피격에 따른 대북제재인 5·24 조치에 위배된다. 이 조치엔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및 정박 불허’ 조항이 있다. 다만 이 선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은 아니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 “정부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만경봉 92호의 묵호항 입항을 ‘5·24 조치'의 예외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2013년에도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5·24 조치의 예외 사업으로 인정한 바 있다. 만경봉 92호가 입항하면 육로 및 동해 항로에 이어 동해 바닷길까지 모두 열린다.

이날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한 북한 예술단 선발대 23명은 오전 11시28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수속을 밟고 오후 1시17분께 입경했다. 선발대 단장인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은 “공연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노래를 준비했느냐는 질문엔 “공연을 보면 알 것”이라고 답했다. 선발대는 악기 및 음향·조명 설비 등 공연에 필요한 장비를 5t짜리 무진동 탑차 3대에 옮겨 실은 뒤 오후 1시26분께 45인승 버스를 타고 숙소인 강원 인제스피디움으로 향했다.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은 오는 8일 강릉아트센터,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각각 공연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북한 예술단의 서울공연 티켓 당첨자를 당초 5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 공연은 500 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했을 만큼 관심이 많았다”며 “관계자 초청을 줄이고 일반 시민을 더 초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