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숙인 장·차관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 여러분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모두가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고개숙인 장·차관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 여러분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모두가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국민은 각 부처가 아니라 정부를 평가한다. 모두가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하며 “장·차관 여러분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여러분은 문재인 정부라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장·차관 워크숍을 소집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와 부처 간 정책 혼선을 막고 집권 2년차 들어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오후 2시 시작된 워크숍은 ‘도시락 만찬’을 겸한 토론회 형식으로 열렸다. 국무총리와 장관급 24명을 비롯해 정부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8명), 차관급 인사(56명), 청와대 참모(56명) 등이 참석했다.

◆“국정 운영 중심 국민에 둬야”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에게 두고, 나라의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부터 바로잡을 것을 주문했다. 최근 잇단 재난사고를 거론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의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2월에 있을 국가안전대진단부터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시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안전진단 점검자를 공개하는 ‘안전진단 실명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정책은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정책의 당위와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 간 입장이 다르고, 국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책은 충분한 설득과 공감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각별히 명심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공직자 혁신 대상 될 수 있어”

집권 2년차를 맞아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한 차원인 듯 문 대통령의 다소 ‘센’ 발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각 부처와 소속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돼 과감하게 정부 혁신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 조치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채용 비리를 비롯한 반칙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장관들은 적어도 채용 비리만큼은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정책은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보로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시행 후 중소·영세사업자의 반발과 가상화폐 및 부동산 관련 정책 혼선 등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성희롱 근절대책을 혁신과제에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간절하게 하소연하는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구성하면서 평화올림픽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는데, 선수 입장을 사전에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며 “소수라고 무시하지 않고 사전에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