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오는 2월4일로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 행사를 닷새 앞두고 지난 29일 밤 일방적으로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한밤중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건 지난 19~20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 점검단 파견 관련 입장 번복 이후 두 번째다. 북한의 이 같은 예고 없는 태도 변화가 향후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데도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는 30일 “어제 우리 언론보도 등을 문제 삼아 예정됐던 금강산행사를 취소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을 표명하는 전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남북 양측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모든 행사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일단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훈련은 31일부터 1박2일 일정이다. 우리 측 스키선수단과 정부 관계자, 취재진 등 일행 수십 명은 31일 오전 강원 양양공항에서 민항 전세기를 타고 원산 갈마비행장에 내린 후, 육로를 통해 마식령 스키장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남북 스키선수들은 첫날 자유 스키를 한 뒤 이튿날 공동훈련과 친선경기 등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선수단은 국가대표 상비군, 청소년 대표급 등이지만 북측에서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훈련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북단은 귀환하면서 북측 스키선수들을 포함한 북측 선수단 일부를 우리 전세기에 태워오는 방안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측이 생각하는 북한의 금강산 행사 취소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기간 내에 북한과 금강산 지역에서 대규모 행사를 하는데 북한 나름대로 부담이 있지 않았겠나(생각한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금강산 지역에 서로 이렇게 300명 이상 대규모 행사를 한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부분들이 부담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미국을 포함해 국제 사회와의 최종 조율이 남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국제사회와의 조율’은 우리 선수단이 방북하면서 생길 수 있는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은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에 대해 180일간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우리 선수단 등이 타고 가는 비행기는 180일간 미 본토는 물론 하와이, 괌 등 미국령에 입항이 거부된다.

청와대 측은 30일 “(북한의 일방적 통보가) 안타깝다”며 “남북 간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와 정부는 (나머지 남북교류 행사가) 잘 진행되도록 끝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이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한 이유 등을 잘 살펴보고 있다”며 “나머지 일정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다른 언급이 없는 만큼 올림픽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