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군사회담이나 차기 고위급 회담 등에 대해 구체적 일정을 정하지 못한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2년여 만에 만난 남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고리로 관계 개선을 위해 첫발을 내디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사당국 회담이나 차기 고위급 회담을 적어도 몇월에 한다는 정도로는 일정을 못 박았어야 했는데 너무 막연하게 돼 있다”면서도 “2년여 만에 열린 회담에서 남북한이 남북문제 당사자 해결 원칙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군사회담 부분이나 실무회담 날짜를 공동보도문에 적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고위대표단, 선수단, 참관단, 응원단 등 8개 단을 보내기로 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 의지를 보여줬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지금은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접근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북핵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핵 관련 얘기는 하지 않고 남북관계와 관련한 얘기만 했다”며 “우리가 북한에 줄 카드만 주고 우리가 받을 카드는 못 받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회담에서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 강력 반발한 데 대해 양 교수는 “북핵 문제는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고 계속 주장해왔는데 우리 측이 그것을 알면서도 제기했다는 데 불쾌함을 표시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측에서는 북핵 문제는 남북한 문제이자 국제사회 문제라는 점에서 당연히 논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열릴 군사회담에서 한·미가 조율을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교수는 “북한은 군사회담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축소나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했을 때 아무런 대응책이 없는데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와의 공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