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국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대화’를 시사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좋은 소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로켓맨(김정은)이 이제 처음으로 한국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북) 제재와 ‘다른’ 압박들이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북한의 군인들이 위험하게 한국으로 도망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신년사 발언이 전해진 뒤 “지켜보자. 지켜보자”라고만 했다. 전날까지 트위터를 통해서도, 언론과의 접촉에서도 북한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백악관도 성명서를 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대 활동을 지지한다거나 파키스탄의 테러리스트 지원 행위를 비난하는 등 트위팅을 중단하지 않은 것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계산된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적 무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한국 정부가 이날 북측에 오는 9일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만큼 한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면서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해 ‘핵단추 준비’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이를 비난하거나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정은을 다시 ‘로켓맨’이라고 지칭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은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김정은의 핵단추 발언은 선전일 뿐”이라며 “핵무기는 완성되지 않았고 김정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생각도,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신년사 내용에 대응해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양준영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