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함축한다. 타인과 구별되는 가장 확실한 기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류는 얼굴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남겨 신분을 증명하고 역사를 기록했다. 얼굴 생김새로 운명을 예측하는 관상학은 동서양을 막론한다.기계를 통한 얼굴 인식의 역사는 1960년대 시작됐다. 미국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우드로 블레소의 수동 측정 방식이다. 이목구비의 거리를 분석하는 방식인데 점차 기술이 발전했다. 변곡점은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AI 딥러닝 알고리즘은 3차원(3D) 스캐닝으로 추출해 암호화한 얼굴 데이터 수백만 건을 학습해 사람의 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특징까지 찾아낸다. 눈 깜빡임과 미묘한 근육 움직임을 분석하고, 일란성 쌍둥이도 구분할 정도다.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 인식 기술을 보유한 중국은 일상생활에 빠르게 적용해 ‘신분증 없는 사회’를 앞당기고 있다. 보안과 치안 영역에 머물지 않고 비행기 기차 등을 탈 때 얼굴만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쇼핑할 때 얼굴로 결제한다. 노인돌봄센터에선 고령자 얼굴 표면의 미세한 혈류 변화를 감지해 빈혈 위험과 혈중 산소 농도, 수면 상태 등 50여 개 건강 지표를 측정한다고 한다. 얼굴과 기술을 결합한 ‘페이스테크’를 넘어 ‘얼굴 경제’ 시대를 열고 있다.중국은 ‘톈왕(天網)’으로 불리는 AI 카메라 기반의 국가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쌓은 인구 14억 명의 실증 데이터가 기술 발전을 가능케 했다. 중국 전역에 설치된 CCTV는 10억 대가 넘는다.AI 시대를 맞아 페이스테크 영토는 확장되고 있다. 얼굴 인식을 넘어 표정 등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도 중요해졌다. 사용자의 표정과 음
이쯤 되면 뉴딜이 아니라 ‘노딜(no deal)’ 아닌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뉴딜’ 정책을 들여다보면 이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분기 청년 고용률 43.5%, 구직·실업·쉬었음 청년 171만 명 시대에 해법으로 내놓은 정책인데,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경제부 고용노동부 등 7개 부처가 몇 달간 작업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물론 정부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이 청년 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기존에 하던 사업의 대상자를 늘리고, 공공 일자리를 확대하는 수준의 대책으로는 청년 고용률을 반등시키기에 부족하다. 뉴딜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정부는 청년이 실무 경력을 쌓도록 2만3000개의 일 경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부분 세금으로 만든 단기 아르바이트다. 국세청 체납관리단 실태조사원 9500명, 농지조사원 4000명 등이 포함됐다. 둘 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사업이다. ‘전쟁 추경’ 취지에 맞지 않다고 야당과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청년 뉴딜 대책에 끼워 넣었다. 모두 청년으로 채용하는 것도 아니다.이번 청년 뉴딜에 대해 정부는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처방이 아니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지만 보여주기식으로 수치를 늘려 발표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단순 조사, 보조적 업무 수행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눈길을 끄는 프로그램도 있다. 민간 기업이 설계·운영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 ‘K뉴딜 아카데미’다. 대기업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금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포함한 한자 교육 강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과 문해력 저하가 국가·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다. 김경회 국교위 문해력 특별위원장은 지난달 9일 열린 회의에서 “(한자 교육 문제를) 충분히 개방적으로 논의하겠다”며 “확정되기 전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자 병기가 이뤄진다면 1969년 교과과정 개정으로 초등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뒤 처음으로 다시 표기되는 것이다. 한자를 함께 쓰면 단어의 뜻을 쉽게 알게 돼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과거에도 한자 병기를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적이 있다.[찬성] 한자 알면 단어 뜻 쉽게 이해…문해력 저하 막는 인문학 기반우리가 쓰는 말의 상당수는 한자어다. 뜻글자인 한자의 경우 두 가지 이상의 동음이의어가 많아 한글 문맥만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단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힘도 향상 가능하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 한자를 많이 아는 학생들은 독서나 논술 과정에서 글의 구조와 논리를 파악하는 속도가 빠르다. 한자 교육이야말로 문해력 저하를 막는 길이다.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에도 한자어가 많이 등장한다. 교과서를 읽고 시험문제를 푸는 데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는 단어들이다. 중고교 과정에 한문 과목이 있으나 학교에서 체계적으
광화문 현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수십 년 이어진 ‘한자냐 한글이냐’ 논쟁이 아니다. 이번에는 ‘1+1’ 논란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올해 초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광화문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기존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그 아래에 한글로 된 현판을 추가로 달자는 제안이다. 광화문 현판 논란은 201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로 직접 쓴 현판을 철거하고 한자 현판으로 교체하면서 시작됐다. 한글과 광화문의 상징성을 내세우는 쪽과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을 주장하는 쪽이 팽팽히 부딪치면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해왔다. 문체부 제안은 문화재 원형을 지키면서 한글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충족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찬성] 문화유산 넘어 국가 정체성 문제…나라 상징에 당연히 한글 있어야 광화문 한글 현판 설치는 단순한 유물 복원을 넘어선 국가 정체성의 문제다. 한글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를 상징하는 공간인 광화문에 한자만 있고, 한글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다. 한글 현판을 통해 우리가 한자 사용 국가라는 국제적 오해를 없애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주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문화유산의 범주에서 원형 보존이 원칙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다는 것은 더 넓은 차원의 국가적 상징성을 고려해야 한다. 문화유산도 어느 시점의 진정성을 선택해 복원하는 창조적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는 해외에도 많다. 중세의 상징처
방탄소년단(BTS)은 서울 광화문광장 무료 공연으로 귀환을 화려하게 알렸다. BTS는 광화문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에 더해 세계 190개국에 송출된 생중계로 월드투어 콘서트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BTS 소속사인 하이브 주가는 급락해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와 서울시는 여러 비판에 휩싸였다. 한국 문화와 K소프트파워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지만 경제적 파급력은 예상보다 초라했고 과도한 통제로 축제의 의미는 퇴색했다.공연 최대 수혜자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일 것이다. 독점 생중계로 가입자 증가와 시청시간 확대 효과를 봤다. 공연 당일 1840만 명이 시청했고, 77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아직도 톱10을 유지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제작비만 100억원 넘게 들고, 음악 공연 생중계는 첫 도전이었으나 안정적인 스트리밍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는 북미 지역에서 구독료를 인상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OTT 시장에서 격화하는 스포츠·공연 생중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넷플릭스는 비디오 인코딩과 트래픽 분산 등 기술력을 총동원해 대규모 동시접속을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한국 통신망이 열악했다면, 통신사들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공연이 세계로 끊김 없이 송출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주문형비디오(VOD)는 자체 캐시서버에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 트래픽 분산이 가능하지만, 생중계는 실시간 트래픽이 장거리 백본망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구조여서 통신사 지원이 필수다.국내 통신3사는 국제회선 용량을 증설하고, 국내 백본망의 데이터 처리 용량도 확대했다.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증설 비용은 고스란히 통신사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사법시험 부활을 놓고 법조계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최근 한 언론이 “청와대가 로스쿨 제도와 별도로 사법시험을 통해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추가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쟁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청와대는 공식 부인했지만, 제도 보완 논의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실력이 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검증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사법시험 부활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현행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도 나오지만 “법조 인력 양성 시스템의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사법시험 부활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찬성] 사법시험은 평등과 공정의 상징…'기회의 사다리' 보존 주장도한국사회에서 사법시험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의 상징이었다. 학력과 경제력,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도전해 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온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반면 로스쿨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공평한 기회와 거리가 있다. 비싼 학비가 대표적이다. 연평균 등록금이 1500만원에 달한다. 3년 동안 매년 수천만원의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가정의 출신은 법률가가 되기 어렵다. 취약계층은 꿈도 못 꾼다. 로스쿨생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서울 지역 명문대 출신이다. 로스쿨이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현대판 음서제’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사법시험 폐지의 근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반도체 뉴스가 쏟아집니다. ‘애플, AI 반도체 개발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 5세대 HBM 격돌’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뉴스가 유독 많이 보입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열풍을 일으킨 후 나타난 변화입니다.챗GPT가 AI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의 힘이었습니다. AI 반도체를 개발한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하며 시가총액 3위까지 올랐습니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AI 반도체는 게임 체인저로서 시장의 전환을 이끌고 있습니다. 기존 반도체 기업은 물론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까지 AI 칩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시장을 80% 이상 장악한 엔비디아에 맞서 AI 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실리콘(반도체)을 다시 실리콘밸리로”라고 외치며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520억 달러(약 70조 원)의 보조금까지 내걸고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하고 있습니다.최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일입니다. 미래 전쟁에서는 AI를 활용한 첨단 무기 체계가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반도체 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자국 중심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반도체 강자부터 빅테크까지 개발 뛰어들어'산업의 쌀' 넘어 AI 시대 '경쟁력' 핵심 됐죠반도체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입니다. 컴퓨터·스마트폰은 물론 TV·냉장고·세탁기&mi
최근 정부 여당의 ‘카카오 때리기’는 ‘타다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회원 170만 명을 모았던 호출형 렌터카 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다가 퇴출됐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타다 금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타다와 카카오의 논란은 다르지만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의 신사업 진출, 기존 시장 참여자의 반발, 정치권의 가세, 정부의 규제 입법 추진 등 흐름 전개가 비슷하다. 카카오페이 보험 비교 서비스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는 금융당국의 판단, 여당의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 공정거래위원장·방송통신위원장의 플랫폼 기업 규제 관련 언급 등 정부 여당은 요 며칠 시나리오에 따른 것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것을 예고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타다 금지법’ 같은 ‘카카오 금지법’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타다 연상시키는 카카오 규제“혁신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여당의 카카오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평가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사업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난다. 하지만 재벌도 아닌 10년차 기업이 계열사를 100개씩 둔 게 잘못이라는 건지, 수수료 무료로 사업을 시작하면 영원히 유료화하지 말라는 건지 헷갈린다. 이런 비판보다는 플랫폼 독점을 악용해 공정 경쟁을 저해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최근 국민들이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을 하는 과정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정부 예약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수십 분 기다렸는데 초기 화면으로 되돌아가는 ‘튕김’ 현상까지 발생했다. 먹통 사태는 네 번이나 반복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듯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었다.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대통령까지 질책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LG CNS, 네이버, 카카오, 베스핀글로벌 등 전문 기업에 SOS를 쳤다. 지난해 원격수업 장애 때 LG CNS가 해결사로 나선 것과 비슷하다. 2000만 명에 달하는 40대 이하 접종 예약을 앞두고 근원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 공공서비스 최우선 순위는 국민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용량을 넘어선 접속 폭주다. 수용 인원이 최대 30만 명인 시스템으로 수백만 명의 예약을 받을 때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대상자와 자녀·대리인 등 수백만 명이 PC·스마트폰으로 동시 접속하자 시스템이 견디질 못했다. 일정이 촉박한데도 연령대를 더 세분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시스템 구축을 맡겨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대기업이라고 해서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다만 기술력, 시스템 구축 경험, 운영 인력, 문제 발생 시 대처 능력 등에서 대기업이 우위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소프트웨어(SW)진흥법이 도마에 오른 건 너무 당연하다. 2013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공공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한다. 공공시장에서 대기업 쏠림 현상을 막고 중소·중견기업에 기회를 제공
콘텐츠 기업과 플랫폼 기업 간 힘겨루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갈등이 촉발된 곳은 모바일 IPTV(인터넷TV)다. CJ ENM과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U+모바일tv에서 tvN 등 실시간 방송이 중단(블랙아웃)됐다. 200만 명 넘는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다.표면적인 쟁점은 가격이다. CJ ENM은 ‘콘텐츠 제값받기’를 내세운다. 점유율 상승 등 달라진 위상과 콘텐츠 가치에 걸맞은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다. 인상률은 전년 대비 175%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통상적인 인상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요구라고 반발했다. CJ ENM은 “U+모바일tv 이용자 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며 “결국 LG유플러스 5G 이용자를 기준으로 추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CJ ENM-LGU+ 갈등 격화더 중요한 쟁점이 있다. U+모바일tv, 시즌(KT) 등 모바일 IPTV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볼 것이냐다. 지금까지는 IPTV의 부가서비스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별도로 값을 매기지 않고 IPTV 콘텐츠 사용료에 일정 금액을 얹어주는 식으로 정산해왔다. CJ ENM은 U+모바일tv가 별도 요금체계와 가입 경로를 갖춘 OTT인 만큼 새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 서비스를 OTT로 유권해석했다고 설명했다.CJ ENM은 최근 콘텐츠 협상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덕분이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선보이려면 케이블TV나 IPTV 같은 방송 플랫폼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OTT가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OTT로 넘어가는 ‘코드커팅’을 넘어 아예 OTT만 보는 ‘코드네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이 최근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의 눈에 난 표면적 이유는 금융 시스템을 비판한 마윈 전 회장의 연설이었다. 하지만 근본 배경에는 ‘디지털 화폐’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전 세계 10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특허도 세계 1위다. 전자결제를 넘어 예금 대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을 기축통화로 키워 미국의 통화 패권에 맞서겠다는 중국 정부가 금융 분야 영향력이 커진 알리바바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외국과 달리 규제 일변도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각국 중앙은행·금융당국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을까. 탈중앙화가 특징인 암호화폐의 부상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흔들고 정부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눈엣가시로 여겨질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기회만 있으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는 이유다.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최근 발언도 거친 표현을 빼면 금융당국의 기존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암호화폐 광풍이 4년 만에 다시 불고 있다. 2017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비트코인 투자상품 출시, 기업들의 암호화폐 매입,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증시 상장 등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한국은 정부가 사실상 손놓고 있는 사이 암호화폐거래소
20년 전 새 밀레니엄을 앞둔 지구촌의 최고 화두 중 하나는 인터넷이었다. 불의 발견, 증기기관과 전기의 발명 이래 인류 최대의 발명으로 평가되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1999년 펴낸 《비즈니스@생각의 속도(Business@the Speed of Thought)》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게이츠는 이 책에서 인터넷 확산으로 일어날 디지털 기술문명 시대의 혁명적 변화를 조망하고, 정보기술 혁신이 비즈니스, 나아가 경제·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주목받았다.그는 인터넷이 바꿀 패러다임 변화를 믿음 자체가 바뀐 ‘종교혁명’에 비유하며 기업 경영에서도 종래의 속도 개념이 파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대가 질(質)의 시대요, 19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속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며,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보 공유·전달 속도가 기업 성패 좌우게이츠가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신경망(digital nervous system)’이다. 디지털 시대의 기업을 인체의 신경계에 비춰 고찰하고, 신경망처럼 퍼진 디지털의 발전과 정보 전달 속도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능한 직원과 탁월한 제품, 안정적 재무구조 등을 갖췄다 해도 프로세스를 능률화하고 사업 운영을 개선하려면 정보가 빠르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 필수라고 봤다. “정보의 흐름은 기업의 생명줄”이라고 한 배경이다.게이츠는 디지털 신경망이 구축되면 정보가 마치 인간의 사고활동처럼 조직
《국민 합의의 분석》은 제임스 뷰캐넌(1919~2013)과 고든 털럭(1922~2014)이 1962년 펴낸 ‘공공선택론’의 고전이다. 공공선택론은 정치와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하는 데 경제학 방법론을 적용한다. 공공선택론자들은 정치인과 관료 역시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본다. ‘시장 실패’보다 무서운 게 ‘정부 실패’라고 주장하며 주류 경제학을 흔들었다. 집단이 커지면 의사결정 비용 증가뷰캐넌과 털럭은 1960년대부터 공공선택론을 발전시키며 작은 정부와 재정적자 축소, 규제완화 등을 주장했다. 뷰캐넌은 공공선택론과 ‘헌법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공로로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털럭은 그의 책 《지대 추구》를 통해 정부의 민간 경제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국민 합의의 분석》은 집단 의사결정 규칙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저자들은 헌법을 사회 구성원 간 합리적 선택의 산물로 인식했다. ‘동의’에 이르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방법론적 개인주의’ 입장에서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헌법 체계의 근본적 개혁을 주장했다.저자들은 공공선택을 ‘헌법적 선택’과 ‘헌법 이후 일상적 정치’로 구별해 새로운 관점에서 진단했다. 헌법적 선택은 게임의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며, 일상적 정치는 그 규칙 안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정치적 헌법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는 게 저자들의 견해다. 과반, 3분의 2, 만장일치 등 여러 규칙 가운데 과반을 선택하는 것과 과반 규칙 아래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경영에서 전문성은 흔히 냉철한 합리주의와 동의어로 간주된다. 수치와 정량적 지표 등 합리주의적 접근 방법은 경영대학원이 가르치는 내용의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초우량 기업의 탁월함을 설명할 수는 없다.”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톰 피터스가 로버트 워터맨과 함께 1982년 펴낸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주류 경영학과 일선 기업의 경영기법은 거대한 전략과 합리주의적 분석에 입각해 기업 활동을 계량화하는 데 매몰돼 있었다. 모든 것을 수치로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과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봤다.그러나 1970년대 발생한 두 번의 오일쇼크와 이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불황, 그리고 일본 기업의 승승장구는 더 이상 분석적이고 계량적인 모델만으로는 경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피터스는 “사람과 조직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고,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는 혼란스럽고 모호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며 “합리주의에만 의존하거나 숫자가 경영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했다. 자율성 부여해 끝없이 시도하게 해야피터스는 초우량 기업을 만드는 핵심은 전략, 조직구조, 시스템보다 사람, 문화, 자율성, 창의성, 공유가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의 본질은 하드(hard)한 것보다 소프트(soft)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기존 경영이론에 반기를 든 이 책이 몰고 온 반향은 대단했다. 4년 만에 300만 부가 팔렸고, 경영전문지 포브스의 20년(1981~200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서&rsquo
“우리 자신을 증폭시키고 확장하게 해주는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들은 방부 처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사회라는 신체에 가하는 어마어마한 집단적 외과 수술이다.”일반적으로 미디어 하면 신문 라디오 TV와 같은 매스미디어를 떠올린다. 캐나다 출신 문명 비평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은 1964년 펴낸 《미디어의 이해 : 인간의 확장》에서 ‘인간의 신체와 감각 기능을 확장하는 모든 도구와 기술이 미디어’라는 화두를 던졌다. 신문 라디오 TV뿐만 아니라 언어(음성·문자) 숫자 도로 화폐 옷 바퀴 주택 전화 무기 등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인공물을 미디어로 본 것이다. “미디어는 형식 그 자체가 메시지”그는 책에서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 ‘감각의 확장’ ‘우리 자신의 확장’ ‘몸의 확장’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책은 눈의 확장이고, 바퀴는 다리의 확장이고, 옷은 피부의 확장이고, 전자회로는 중추신경계의 확장이다. 심지어 무기는 손과 손톱, 이빨의 확장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신체와 감각이 확장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특정 종류의 미디어가 특정한 ‘감각 비율’을 만들고, 시각 청각 촉각 등 5감의 비율을 바꿔 감각·사고·행동을 변화시키며, 결국 새로운 사회 환경을 낳는다는 얘기다.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미디어는 메시지다(Medium is the message)’라는 명제에 함축돼 있다. 미디어는 메시지나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본 기존 통념을 뒤집는 주장이었다.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그 자체로 하나의 근원적인 메시지
“지식의 장악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조직체에서 전개될 전 세계적 권력투쟁에서 핵심 문제다. 앞으로의 권력투쟁은 더욱더 지식의 배분과 접근기회를 둘러싼 투쟁으로 바뀌어갈 것이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가 1990년 펴낸 《권력이동》은 《미래쇼크》(1970년), 《제3의 물결》(1980년)에 이은 미래학 3부작의 완결편이다. 10년 주기로 출간한 세 책에서 ‘변화’를 공통 주제로 삼으면서도 각기 다른 렌즈로 현실을 들여다봤다. 《미래쇼크》가 변화의 ‘과정’에 주목했다면 《제3물결》은 변화의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권력이동》은 미래의 변화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 하는 변화의 ‘통제’를 다뤘다. “폭력·富→지식으로 권력 본질적 변화”토플러는 농업사회(제1물결)에서 산업사회(제2물결), 정보사회(제3물결)로 옮겨가면서 권력이 이동하는 현상을 탐구했다. 특히 단순한 ‘권력의 이동(power shift)’이 아니라 권력 본질 자체의 심층적 변화인 ‘권력이동(powershift)’에 주목했다. 토플러는 권력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새로운 부(富)의 창출체제’에서 비롯되며, 그 힘의 정체가 지식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아이디어·상징체계가 즉시 전달되는 ‘초(超)기호경제(super-symbolic economy)’가 낡은 ‘공장굴뚝(smokestack)경제’와 충돌하면서 권력의 원천인 ‘물리력(폭력)·부·지식’의 급진적 변화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사회를 통제하는 힘은 물리력과 부에서 지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식은 원자재·노동·시간·장소 및 자본의 필요를 감소시켜 선진경제의 중심적 자원이
‘디스토피아(dystopia)’는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utopia)’와 반대되는 가상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1868년 영국 의회 연설에서 영국의 아일랜드 억압을 비판하며 처음 사용했다. 디스토피아의 전형인 통제사회는 많은 작가들이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재가 됐다.조지 오웰(1903~1950)이 1949년 발표한 《1984》는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체제 아래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말살되고 파멸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예브게니 자미아틴의 《우리들》과 더불어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힌다.오웰은 사회주의자였다. 1936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통일노동자당 민병대에 입대해 파시즘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그곳에서 체감한 것은 스탈린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위험성이었다. 오웰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스탈린 체제를 예리하게 풍자한 《동물농장》을 펴내 일약 명성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는 2차대전 당시 동맹국이었던 소련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여서 출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49년은 냉전의 광기가 전 세계를 덮치던 시기였고, 《1984》는 소련의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자유 억압한 스탈린 전체주의 비판오웰이 《1984》에서 그린 미래 세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 당(黨)이 지배하는 암울한 세상으로 묘사된다. 소설의 무대인 오세아니아는 내부당원, 외부당원, 무산계급(프롤)의 3개 계층으로 나뉜 전체주의 국가다. 당은 영원히 늙지도 않고,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헷갈리는 ‘빅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타인지향적 아이는 내부지향적 시대의 어른보다 더 세련된 방식으로 인간관계의 속사정을 예민하게 파악한다.”“자신의 생각이나 생활 자체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알아차리면 더 이상 군중 속의 고독을 동료 집단에 의지해 애써 누그러뜨리지 않아도 된다.”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명실상부한 유일 초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전쟁은 미국의 경제적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 1950년대 미국은 풍요로운 사회로 불렸다. 1930년대 시작된 뉴딜 정책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소득 분배의 평준화가 일어났고, 중산층은 사회 중심세력으로 급속히 자리잡았다. 소득 격차가 줄어들면서 소비 유형은 비슷해졌다. 미국 사회는 획일화·동질화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집단적인 기준을 따르는 ‘순응주의’가 일반적 현상으로 나타났다.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1909~2002)의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은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그는 이 책에서 산업화된 대중사회의 구조적 메커니즘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의 사회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날카롭게 분석했다. 처음엔 1940년대 후반 미국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의 근원에 대한 연구로 출발했다. 그러나 많은 초안을 거치면서 미국인의 삶에 대한 야심찬 연구로 발전했다. 학술서임에도 1950년 초판이 나왔을 때 7만 부가 매진됐고, 1954년 보급판은 50만 부가 팔렸다. 미국 학계에선 찬사와 비판이 함께 쏟아졌다. 일반 독자층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시대를 대표하는 저서가 됐다. 타인지향형으로 사회적 성격 변화‘고독’과 ‘군중&r
“다음 사회에서는 지식근로자가 지배적 집단이 될 것이다. 기업의 성공과 생존은 그 회사가 보유한 지식근로자의 성과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1909~2005)에게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는 일생의 화두였다. 그는 1959년 《내일의 이정표》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뒤 평생에 걸쳐 저술과 강연을 통해 ‘지식사회’의 도래와 ‘지식근로자’의 등장을 설파했다.2002년 출간된 《넥스트 소사이어티(Managing in the Next Society)》 역시 지식사회 이론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지식근로자의 시대’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사회를 이끌 변화의 동력을 다각적으로 탐색했다.드러커가 예측한 다음 사회의 특성은 지식근로자의 급부상과 제조업의 쇠퇴, 인구 구조 변화로 요약된다. 그는 다가올 사회의 진정한 자본은 돈이 아니라 지식이며, 지식근로자가 사회의 주도 세력이 될 것으로 봤다. 또 지식근로자를 자본가로 규정했다. 핵심 자원이자 생산수단인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지식근로자들이 연금기금과 투자신탁기금 투자를 통해 기업의 주주가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진정한 자본은 돈이 아니라 지식”드러커는 “지식사회는 상승 이동이 실질적으로, 무제한적으로 열려 있는 최초의 인간사회”라고 단언했다. 국경이 없고, 누구나 쉽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지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지식사회를 가속화할 원동력은 정보기술이다. 드러커는 전통적인 지식근로자 외에 컴퓨터 기술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지식기술자(knowledge technologist)’
“사치는 가난뱅이 100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100만 명을 먹여살렸다.”“잘살고 못사는 것을 공무원과 정치인의 미덕과 양심에 의지하려는 사람들은 불행하며, 그들의 법질서는 언제까지나 불안할 것이다.”“개인의 악덕(惡德)은 사회의 이익이 될 수 있다.” “사치는 가난뱅이 100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100만 명을 먹여살렸다.”(버나드 맨더빌)18세기 초 영국은 경제 자유가 확대되고 상업과 금융이 발전하면서 풍요와 번영을 누렸다. 일각에서는 물질 추구, 이기심, 탐욕이 만연하고 과도한 사치와 낭비가 도덕을 파괴시켜 사회적 분열을 초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도덕 개혁 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그 무렵 악덕으로 여겨지던 이기심과 사치가 오히려 번영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며 도덕 개혁 운동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 버나드 맨더빌(1670~1733)이다.맨더빌의 대표작 《꿀벌의 우화: 또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은 자본주의 발전의 초입에서 발생하는 ‘돈과 도덕’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우화(寓話) 형식을 빌려 때로는 시로, 때로는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상업사회의 출현으로 야기된 도덕문제를 예리하게 진단했다. 맨더빌은 1705년 펴낸 풍자시 《투덜대는 벌집》에서 ‘악덕이 사라지면 잘살던 사회도 무너진다’는 명제를 제시했다. 여기에 주석 20개를 달고 ‘미덕은 어디서 왔는가’라는 글을 추가해 1714년에 출간한 책이 《꿀벌의 우화》다. 맨더빌의 핵심 주제인 ‘개인의 악
“현대전의 1차적인 목적은 전반적인 삶의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서 공산품을 소진하는 데 있다.”“언어의 제한은 사고의 폭을 좁히고 단순화시켜 체제에 저항한다는 생각조차 못하게 하는 사상통제 수단이다.”‘디스토피아(dystopia)’는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utopia)’와 반대되는 가상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1868년 영국 의회 연설에서 영국의 아일랜드 억압을 비판하며 처음 사용했다. 디스토피아의 전형인 통제사회는 많은 작가들이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재가 됐다.조지 오웰(1903~1950)이 1949년 발표한 《1984》는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체제 아래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말살되고 파멸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예브게니 자미아틴의 《우리들》과 더불어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힌다.오웰은 사회주의자였다. 1936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통일노동자당 민병대에 입대해 파시즘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그곳에서 체감한 것은 스탈린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위험성이었다. 오웰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스탈린 체제를 예리하게 풍자한 《동물농장》을 펴내 일약 명성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는 2차대전 당시 동맹국이었던 소련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여서 출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49년은 냉전의 광기가 전 세계를 덮치던 시기였고, 《1984》는 소련의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자유 억압한 스탈린 전체주의 비판오웰이 《1984》에서 그린 미래 세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
주파수는 건물을 짓기 위한 땅이나 차가 다니는 도로에 비유된다. 주파수에 음성·데이터를 실어 서비스하는 통신사로선 좋은 주파수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유한한 국가 자원이다. 주파수 경매 때 통신사들이 ‘쩐의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룰을 정하는 정부의 권한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주파수 할당은 일반 소비자와는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였다. 정부와 통신사 간 분쟁도 별로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내년 6월 사용 기간이 끝나는 2세대(2G)·3G·4G 이동통신 주파수 재사용료 산정을 앞두고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급기야 통신 3사가 공동 건의서를 제출하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4조원가량의 재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높은 주파수 비용, 투자 걸림돌논란의 핵심은 정부의 산정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전파법 시행령에는 과거 경매 방식으로 할당한 적이 있다면 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근거로 더 높여 받겠다는 것이다. 경매로 진행되는 신규 할당 때는 수요가 몰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 사용 중인 주파수라면 당시보다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해외 주요국들도 재할당 대가는 낮게 산정한다. 그러나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과 신규 할당은 법적 성질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한다.통신사가 제시한 적정 가격은 실제·예상 매출의 3%를 반영한 1조6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정부가 과거 경매가의 50%를 반영하면 2조8000억원, 100%를 적용하면 4조원대로 불어난다. 통신사들은 “차라리 경매 방식을 도입하자”고 역제안까지 했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가 1960년 출간한 《자유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은 19세기 고전적 자유주의의 이상을 20세기 시각에서 재천명한 저작이다.하이에크는 존 스튜어트 밀의 계승자적 위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유의 이상적 자유주의론을 확립했다. 이 책을 펴냈을 당시엔 전 세계에 사회주의와 복지국가의 이상이 휘몰아쳤다. 서구문명의 성공을 가능케 한 자유의 가치가 쇠퇴해가던 시기 하이에크는 “자유야말로 모든 도덕적 가치의 원천”임을 주창하며 그 전통의 복원을 모색했다.하이에크가 이 책에서 주목한 자유는 타인의 강제가 없는 상태인 ‘개인적 자유’다. ‘정치적 자유’ ‘집단적 자유’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개인적 자유를 문화적 진화의 산물로 본 하이에크는 자유가 필요한 이유를 ‘무지(無知)’라는 인간 본성에서 찾았다. 인간이 전지전능하다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명의 발전 과정은 확실성이 아니라 우연과 개연성에 대처한, 무지라는 근원적 사실에 대한 적응의 결과라고 봤다. 자유가 발전과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문명의 진보를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자생적 질서가 시장경제 발전 이뤄하이에크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작용함으로써 확립되는 ‘자생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봤다. 정부가 나서 사회를 계획할 수 있다는 사고가 일반적이던 시절, 하이에크는 개인 행위의 자발적 상호 조정이 시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자유에 대한 유일한 침해는 타인의 강
구현모 KT 대표가 최근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망 사업자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탈(脫)통신’을 외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변신하라”는 주문을 계속 외우는 것은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체질 개선이 그만큼 쉽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脫통신 10년에도 성과는 미미통신은 한때 첨단산업의 대표주자였다. 인터넷·모바일 시대를 맞아 ‘연결’ 기술과 노하우로 앞서간 것은 당연했다. 통신사가 내놓는 서비스와 제품은 새로웠고, 대표 플랫폼으로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통신사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은 플랫폼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유통은 통신사 몫이었고, 폐쇄적 운영체제(OS)에서만 콘텐츠와 서비스가 돌아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그 위상은 급전직하했다. 애플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했다. 영상 콘텐츠 시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주름잡고 있다.통신사가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TV(IPTV) 사업을 키웠고, 케이블TV 시장을 접수했다. 영상회의 등 비대면 서비스도 꾸준히 내놨다. 하지만 시장을 주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도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통신 매출 비중은 압도적이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최근 네이버(53조원)에 이어 카카오(35조
상장 게임사 36곳 3년 새 직원 39% 늘어난 비결수출국 다변화 - 북미·유럽 등 공략 성공…K팝 수출의 12배장수게임 육성 - 엔씨, 리니지 하나로 22년간 매출 8兆 올려‘검은사막’이라는 게임 지식재산권(IP) 하나로 지난해 5359억원의 매출을 올린 펄어비스는 경기 과천에 신사옥을 짓고 있다. 직원이 크게 늘어 사무실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PC게임 ‘검은사막’ 성공으로 2016년 120명 정도였던 직원 수는 2018년 404명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2018년엔 ‘검은사막’의 모바일 버전이 ‘대박’을 터뜨렸다. 직원은 다시 두 배 이상 늘어 올 1분기 기준 832명으로 증가했다.○호실적이 일자리 견인‘일자리 효자 산업’으로 성장한 게임산업의 고용 창출 비결은 간단하다. 펄어비스처럼 매출이 늘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일할 사람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한국 게임산업은 각종 규제 등 갖은 장애물에도 성장해왔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에 상장된 게임사 36곳의 올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은 2조503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4%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798억원으로 58.6% 급증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출시돼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한 ‘리니지2M’을 개발한 엔씨소프트 실적을 제외하면 증가폭이 크게 감소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4.7%와 6.9%로 줄어든다.하지만 이 수치도 국내 전체 상장사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로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1.2% 감소했다. 코스닥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도 22.9% 줄었다. 그만큼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의 저력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K방역’이 세계적인 롤모델이 된 데는 의료인들의 헌신과 바이오 기업의 진단 역량 못지않게 ICT 인프라가 큰 역할을 했다. 수십만 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해 원격수업을 받는 온라인 개학이 가능했던 것도 ICT 덕분이다. 원격근로와 콘텐츠·전자상거래 서비스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 안전판 역할을 했다.코로나19로 세계 교역과 교류는 ‘단절’됐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등 언택트(비대면) 방식을 통해 ‘연결’됐다. 원격교육과 원격회의가 일상화되고,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경제는 더욱 커졌다. 언택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제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대세가 될 것이다.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2년간 이뤄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단 두 달 만에 진행됐다”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의 말처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은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초연결사회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변화는 기업과 국가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것이다. 정부가 디지털 기반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혁신을 가속화하는 ‘한국판 뉴딜’에 나선 배경이다.‘디지털 뉴딜’로 불리는 한국판 뉴딜의 세부 계획은 다음달 확정된다. 하지만 정부가 미리 발표한 3대 프로젝트와 10대 과제를 보면 뉴딜이란 구호에 걸맞은지 의문이 든다. 핵심인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성화 등은 기존에 나온 국가전략 수준을 벗어나지
“경제활동의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에 예속되면 자유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가 1960년 출간한 《자유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은 19세기 고전적 자유주의의 이상을 20세기 시각에서 재천명한 저작이다.하이에크는 존 스튜어트 밀의 계승자적 위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유의 이상적 자유주의론을 확립했다. 이 책을 펴냈을 당시엔 전 세계에 사회주의와 복지국가의 이상이 휘몰아쳤다. 서구문명의 성공을 가능케 한 자유의 가치가 쇠퇴해가던 시기 하이에크는 “자유야말로 모든 도덕적 가치의 원천”임을 주창하며 그 전통의 복원을 모색했다.하이에크가 이 책에서 주목한 자유는 타인의 강제가 없는 상태인 ‘개인적 자유’다. ‘정치적 자유’ ‘집단적 자유’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개인적 자유를 문화적 진화의 산물로 본 하이에크는 자유가 필요한 이유를 ‘무지(無知)’라는 인간 본성에서 찾았다. 인간이 전지전능하다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명의 발전 과정은 확실성이 아니라 우연과 개연성에 대처한, 무지라는 근원적 사실에 대한 적응의 결과라고 봤다. 자유가 발전과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문명의 진보를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자생적 질서가 시장경제 발전 이뤄하이에크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작용함으로써 확립되는 ‘자생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봤다. 정부가 나서 사회를 계획할 수 있다는 사고가 일반적이던 시절, 하이에크는 개인 행위의 자발적 상호
“무조건 중국을 베껴야죠.” 얼마 전 만난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는 미국 중국 등과 벌어진 AI 격차를 좁힐 방안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 기업들이 과거 일본 기업을 모방해 추격에 성공했듯이 AI 분야에서도 중국을 벤치마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사례를 들었다. 중국 AI 교과서와 알리바바가 운영 중인 항저우시 교통 시스템이다.중국의 ‘AI 굴기’는 여러 조사와 통계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투자에다 14억 명이라는 인구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로 불리는 빅데이터 생산 측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 전문가가 강조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중국이 민간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알리바바, AI로 스마트 교통중국 고교생용 AI 교과서인 ‘인공지능 기초’는 얼굴인식 분야 AI 기업인 센스타임 창업자가 화둥사범대와 공동 발간했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40개 이상 고교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초지식을 습득한 뒤 AI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기업 현장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에는 초등학생, 중학생은 물론 유치원생용 AI 교과서까지 있다.항저우시는 2017년부터 이곳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 AI 시스템인 ‘시티 브레인’은 도시 전역의 교통정보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제어함으로써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바꿨다. 중국은 바이두(자율주행차), 텐센트(스마트의료), 아이플라이텍(음성인식) 등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년 전 새 밀레니엄을 앞둔 지구촌의 최고 화두 중 하나는 인터넷이었다. 불의 발견, 증기기관과 전기의 발명 이래 인류 최대의 발명으로 평가되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1999년 펴낸 《비즈니스@생각의 속도(Business@the Speed of Thought)》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게이츠는 이 책에서 인터넷 확산으로 일어날 디지털 기술문명 시대의 혁명적 변화를 조망하고, 정보기술 혁신이 비즈니스, 나아가 경제·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주목받았다.그는 인터넷이 바꿀 패러다임 변화를 믿음 자체가 바뀐 ‘종교혁명’에 비유하며 기업 경영에서도 종래의 속도 개념이 파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대가 질(質)의 시대요, 19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속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며,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예견했다.정보 공유·전달 속도가 기업 성패 좌우게이츠가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신경망(digital nervous system)’이다. 디지털 시대의 기업을 인체의 신경계에 비춰 고찰하고, 신경망처럼 퍼진 디지털의 발전과 정보 전달 속도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능한 직원과 탁월한 제품, 안정적 재무구조 등을 갖췄다 해도 프로세스를 능률화하고 사업 운영을 개선하려면 정보가 빠르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 필수라고 봤다. “정보의 흐름은 기업의 생명줄”이라고 한 배경이다.게이츠는 디지털 신경망이 구축되면 정보가 마치 인간의 사고활동처럼 조직 전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미국 자본으로 세워졌다. 1933년 원유 채굴권을 얻은 캘리포니아스탠더드오일(현 셰브런)이 사우디 동부 다란에서 첫 유전을 발견한 것은 5년 뒤인 1938년. 이때 설립한 회사가 ‘아라비안-아메리칸 오일컴퍼니’, 아람코(Aramco)다. 사우디 정부는 미국 4대 메이저 정유사가 보유한 아람코 지분을 사들여 1980년 완전 국영화했다. 사우디 정부와 왕실 수입의 최대 원천인 아람코의 ‘어둠의 경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11일 사우디 증권시장 ‘타다울’에 상장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1조7000억달러(약 2025조원)로 평가됐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기대한 2조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애플(1조1790억달러)을 누르고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이번에 지분 1.5%를 상장해 256억달러(약 30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왕실의 곳간을 채우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세기의 상장’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 4월 아람코가 채권 발행을 위해 86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실적을 공개하자 세계는 깜짝 놀랐다. 지난해 순이익이 1111억달러로 애플(595억달러)과 구글(307억달러), 엑슨모빌(208억달러)의 순이익을 합친 것과 맞먹었기 때문이다.아람코의 상장이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람코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 종목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에는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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