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후 하루 만에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남북대화를 신속히 복원하라”고 지시하자 통일부가 북측에 전격적으로 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시작(2월9일) 전까지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만큼 속전속결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회담이 성사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남북 당국자 회담이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개성공단에서 한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약 2년 만에 열리는 남북 회담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에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에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머리 맞댈 남북 간 의제는

조 장관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측 참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서로 마주앉게 된다면 여러 가지 상호 관심사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관련 의제를 앞세우되,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군사·외교적 의제도 논의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통일부는 “오후 4시에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북측에서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통일부에서 전면적으로 나서서 준비할 것”이라며 “평창올림픽까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남은 데다 회담을 체육 분야로만 국한하면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광범위한 분야를 다룰 수 있는 고위급 회담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창 참가·관계개선 터놓고 얘기하자"… 정부, 북한에 '속전속결' 제의
문 대통령은 이날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과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외교부는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우방국,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 시무식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오랜만에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대화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핵 개발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 환경이 달라질 것 같진 않으며 또 다른 대접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 회담 대표 누가 나올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크며, 한반도 정세 국면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북측에서 누가 수석대표로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이다. 2015년 8월 판문점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땐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각각 남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그해 12월 차관급 회담에는 우리 측 수석대표로 황부기 당시 통일부 차관, 북측 수석대표로 전종수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현 조평통 부위원장)이 나왔다.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 표면적 의제가 평창올림픽이기 때문에 북측 대표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대남 창구인 조평통 부위원장인 전종수나 안명국의 참석도 점쳐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북한 2인자’인 최용해와 군 실세 황병서, 남북 관계 업무 총괄자인 김양건이 한꺼번에 참석했듯이 ‘예측 못할 깜짝 인사’의 방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공조 흔들림 없다”

정부는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에서 ‘흔들림 없는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통일부는 “북측과 어떤 사전 교감도 없었다”며 “미국과는 계속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제안한 남북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주변국들과) 외교채널을 통해서 협조가 이뤄졌다고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한·미 공조와 관련해선 “이번 김정은 신년사를 포함해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미 양국 간 빈틈없는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7월 우리 측의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북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선 일정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