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외곽팀 확충·아고라 활동 확대, 원장 지시"

국정원 직원·양지회 간부들 재판 증인신문…"예산도 원장 지시로 책정"
활동목적은 부인…"대남 사이버공작 대응이 목표…선거 땐 오히려 조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사이버 외곽팀을 관리한 직원들이 법정에서 외곽팀 활동이나 팀 확충, 예산 집행 등이 모두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외곽팀을 관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씨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원장 지시라며 외곽팀을 확충하라는 압박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장씨는 함께 기소된 다른 직원의 공소사실과 관련한 증인 신분으로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인터넷상에서 변화가 없다, 아직도 북한 세력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식으로 수시로 질책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사이버 외곽팀은 애초 9개 팀에서 15개 팀으로 늘었다가 다시 24개 팀으로 확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런 지시가) 내려오면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

못하면 질책당하고 이행 못 한 팀장이 바로 팀원으로 강등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외곽팀장들에게 주로 전화로 업무를 지시했고 그 내용은 '이슈와 논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실적 체크는 "2주에 한 번 계정 아이디별 건수 등을 정리해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적을 취합해 당시 민병주 심리전단장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보고서상 외곽팀원 수는 실제 사람 수가 아닌 아이디 개수를 적었다"면서 "실제 사람으로 하면 원장이 볼 때 '몇 명 안 하나' 할 테니 아이디 수로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곽팀 활동비도 "예산은 원장 지시로 책정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국정원 직원 황모씨도 원 전 원장 지시로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 활동이 강화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원장이 외곽팀의 아고라 활동 내역을 챙겨보고는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외곽팀을 확대해야 한다고 국장을 통해 지시했다"고 말했다.

게시판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는 이슈 청원 서명 코너를 신설해 서명 참여를 촉구하고, 게시글에 찬반 투표를 하거나 4대강 홍보, 천안함 유언비어 대응 활동 등을 한 것도 윗선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월 김윤옥 여사와 인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야권이 세금으로 가족 여행을 한다고 비판하자 대응 활동을 전개하거나 '국민과의 대화'와 관련해 MBC 홈페이지에 지지 글을 올리라는 지시도 내려와 양지회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 직원들은 외곽팀의 활동목적은 검찰 측 판단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외곽팀 활동은 정치·선거 개입과는 무관하고, 북한의 대남 사이버공작에 대응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장씨는 "중국 IP 주소 글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을 비판하고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걸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와 관련해 활동 지시가 내려온 적은 없었다"며 "선거 시기엔 오히려 활동을 조심하라며 활동 실적 목표를 하향 조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