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대북제재법 통과직후 미사일 발사…유엔 안보리 제재논의도 겨냥한듯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이 하루 지난 28일 심야에 북·중 접경지역 자강도에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주로 기상 상태가 양호한 날 오전 시간대를 이용해 강원도 원산과 함경남도 신포 등 해안지대에서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해 왔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례적으로 심야 시간대를 발사 시점으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동향이 감지된 상태였으며 북한은 기상조건을 최대한 고려해 발사 시점을 골랐을 가능성이 크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은 어제 오후 11시 41분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불상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한 시점은 백악관과 의회 등이 위치한 미국 동부지역의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상원이 북한의 원유 수입 봉쇄 등 전방위 대북 제재안을 담은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한 직후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표를 얻어냄에 따라 새 대북제재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종 서명 만을 남겨둔 상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4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논의에서 미국과 중국 간 논의가 진전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나오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미국이 수주일 전 자신들의 결의안 초안을 중국 측에 넘겼으며 중국은 가능한 새로운 대북제재를 놓고 러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북한이 내륙지대이자 중국과의 접경 지역인 자강도를 미사일 발사 장소로 선택한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항의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에 접경지역에서의 미사일 발사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이다.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유명한 자강도 일대에는 북한의 군수산업 시설이 집중돼 있으며 일반인들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지역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데는 미국과 중국 등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서 "정전협정 체결일을 즈음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점 역시 평화체제 논의에 대한 압박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