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18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18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명 28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18일. 강 장관은 이날 “이렇게 힘들 줄 몰랐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예, 몰랐습니다”고 답했다. 이어 “반대했던 분들이 잘못 알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이제 능력으로 보여달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 “네”라고 답한 뒤 설명을 이어갔다.

강 장관은 “외교안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면 엄중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들이 있는데 중책을 맡겨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를 하고, 외교 지평을 넓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외교 개혁을 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는 “외교부 인력이 부족해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인 외교부 조직을 개혁하고 4강에 편중되지 않고 유럽연합(EU)과 아세안,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외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장관 후보자에 임명된 뒤 외교부 직원들의 여러 이메일을 받았는데 상당한 피곤함이 있어 조직 문화를 크게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며 “업무는 폭주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절대적인 인원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인력 확충 과정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받을 수 있도록 부처 실무 부문에 민간 전문가를 많이 확대해야 한다”며 “인적 구성이 다양화되는 증원이 대통령께서 하시는 말씀과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도 통화해서 가능하면 대통령께서 (미국에) 가기 전에 안면이라도 터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 장관은 임명장 수여식 뒤 곧바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향해 기자들에게 “아무래도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있어 그 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대북대화 전제 조건 등을 놓고 한국과 미국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어 신임 외교부 장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갈수록 미국 내 북한 관련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북한 여행을 갔다 억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1년7개월 만에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돼 미국 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다자 외교 업무를 주로 해온 강 장관이 한·미 동맹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꼬여 있는 북·미 관계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