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ICBM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ICBM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비한 첫 미사일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북한은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돼 있다”고 맞받아쳤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미 본토에 대한 ICBM 공격을 가정한 요격 시험을 해 태평양 상공에서 가상의 ICBM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시험은 이날 오후 4시 태평양 마셜제도에서 미 본토로 가상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을 쏴 대기권 밖 상공에서 격추하는 방식으로 벌어졌다. 미사일에 실린 1.5m 길이의 ‘요격체(kill vehicles)’가 표적을 찾아 부딪히면서 성공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는 △태평양의 이지스함에서 중거리 요격미사일(SM-3)을 쏘는 1단계 △알래스카·캘리포니아에서 GBI를 발사해 대기권 밖에서 ICBM을 요격하는 2단계 △미 본토 상공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및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하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날은 이 중 2단계 시험에 성공했다.

1999년부터 MD를 개발해온 미국이 ICBM을 대상으로 시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사거리 최대 5000㎞의 준(準)IC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2~3년 안에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개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 배치된 GBI를 36기에서 44기로 늘릴 계획이다.

AP통신은 2억4400만달러(약 2742억원) 비용이 든 이번 시험이 실제 상황에서 북한 ICBM을 요격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밤이 아니라 낮에 시험이 이뤄졌고, 적의 ICBM이 요격에 대비해 유도체 등을 쏠 수 있지만 이를 가정하지 않았다.

CNN도 미 국방부가 2002년부터 MD에 40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완성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999년부터 17차례 요격시험을 해 9차례 성공했다. 최근 네 차례 시험에선 세 번 실패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31일 ‘동방의 핵 강국, 로켓 맹주국의 앞길을 가로막을 자 이 세상에 없다’라는 논평에서 “최고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임의의 시간에 임의의 장소에서 ICBM 시험발사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가 악의 본거지들을 핵으로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 선언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탄도로켓들은 연속적으로, 다발적으로 만리창공에 치솟아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