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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상식 통하는 세상' 키워드…적폐청산 언급 없을 듯
49일 만의 봉하 방문…최측근 김경수 "응어리 푸는 게 아닌 새 시작 계기"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4일 이후 꼭 4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묘역 참배 후 기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은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이룰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상주' 역할을 했던 문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추도식에 빠지지 않았다.

작년 4·13 총선 직후였던 7주기 추도식에서는 "오늘 추도식은 추모를 넘어 희망을 바라는 자리였다"며 "김대중·노무현 두 분 대통령께서 평생 몸 바쳐서 노력하신 우리 정치의 망국적 지역구도 타파, 우리 당의 전국 정당화를 이번 총선에서 국민께서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이날은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처음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함께 꿈꾸며 자신이 모셨던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1982년 노 전 대통령과 의기투합해 인권·노동 변호사 길에 들어섰던 문 대통령은 2002년 노 전 대통령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 참여정부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연설에서 "제가 아주 존경하는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각별함을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번 대선 당시 "정권교체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이제 편히 쉬십시오. 못다 이룬 꿈 제가 다 하겠습니다.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여기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 말미에 인사말을 통해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람 사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 '차별이 없는 사회'를 키워드로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못다 이룬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다짐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노무현 정신'이 국정농단 사태를 통한 '촛불'로 표출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적폐청산이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인 언급은 물론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당시 정권에 대한 격정적인 토로 역시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와 함께 두 분이 함께 꿈꾸셨던 세상을 국민과 함께 실현해 나가자는 정도의 말씀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노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분들이 응어리가 많을 텐데 이제는 그런 응어리를 푸는 관점이 아니고 노 전 대통령께서 못다 이룬 꿈을 우리가 새롭게 시작해 그 꿈을 이뤄나가는 계기로서의 추도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오늘 문 대통령)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함께 한 뒤 추도식에 참석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승욱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