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 공무원들도 본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다.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정권을 잡은 뒤 정부조직 개편을 시도했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관료들의 반발에 부딪혀 쉽게 이루지 못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3년 4월 행정쇄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려 했지만 곧바로 저항에 직면했다. 그해 6월께 조직 개편 구상이 흘러나오자 개편 대상으로 지목됐던 경제기획원, 내무부 등의 관료들은 치열하게 로비를 벌이며 맞섰다. 이런 이유 등으로 조직 개편은 연기됐고, YS는 1994년 12월이 돼서야 개편안을 발표할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방부에서 남북 간 병력의 수 등을 단순 비교해 ‘우리 군사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는 보고를 받고 실질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라고 몇 번이나 강하게 지시했다. 하지만 끝내 이행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선 공무원연금이 문제였다. 2014년 9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열린 토론회가 공무원 노조 측 집단 반발로 무산됐다.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공무원연금 부담금은 늘리고, 수령액은 줄이는 개혁안을 만들자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톱다운’식 국정 운영보다는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공직사회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