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적폐청산 확고, 통합·치유도 방점' 안희정 '대연정 등 통합 부각'
李 '선명성속 정책집중' 안철수 '미래 지도자 부각' 孫 '경험 앞세워 安견제'
安·安 화두 전환시도 주목…탄핵 기각시 조기대선 무산·野 후폭풍 거셀 듯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만일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야권 주자들이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어떤 전략적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물론 탄핵이 기각된다면 조기대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경우 주자들의 '대선 레이스'가 즉시 중단되는 것은 물론, 탄핵안을 주도한 야권은 심각한 혼란 사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지도부와 주자들도 이를 수습하는 일 외에 대선 준비 등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만일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뒤에는 주자들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레이스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야권 주자들은 대체로 '탄핵 최우선' 기조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에 무게를 뒀지만, 만일 탄핵이 인용된다면 국민 통합을 위한 리더십에도 무게를 둘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특히 중도성향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경우 대선의 중심 이슈를 '적폐청산'에서 '통합'·'미래' 등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文 '적폐청산 속 치유와 통합' 安 '대연정·통합 방점' 李 '선명성 속 정책 강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은 크든 작든 대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2위 싸움이 다시 불붙는 구도 역시 전략 궤도수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 이후의 기조에 대해 '적폐청산 원칙은 확고하게, 대신 국민의 상처 치유와 통합 노력도 함께'라는 말로 설명했다.

김경수 대변인은 통화에서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 최우선 과제"라며 "그렇지만 갈등 치유와 통합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안 지사는 탄핵이 인용된다면 이제까지 밝혀온 '협치와 대연정'이라는 원칙을 더욱 강조할 전망이다.

보수와 진보 세력 간 반목이 더욱 첨예해지는 상황에서는 진영논리를 탈피하자는 주장이 유권자의 마음을 더 얻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이후에는 국민을 통합하는 능력이 가장 요구될 것"이라며 시대정신이 '통합'으로 옮겨갈 경우 안 지사의 존재감이 급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시장은 탄핵 인용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여전히 '선명한 진보'를 앞세워 안 지사와 '결선 티켓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사이다 발언'이나 진보적인 구호 등으로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실력있는 진보'의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이 시장 측 정성호 의원은 통화에서 "법인세, 복지문제 등 정책을 자주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 '미래지도자'·孫 '경험과 경륜'…둘 다 文과 경쟁 부각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만일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이후 본격적으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과거의 적폐청산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넘어가면서, '미래형 지도자'에 가장 가까운 안 전 대표에게 기회가 오리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 측에서는 국민통합은 물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형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띄울 전망이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이 갖춘 경험과 경륜이 최대의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 전 대표를 견제할 전망이다.

손 전 대표는 4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선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국민의당 당원들은 경험과 경륜이 있는 손학규를 후보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측은 민주당에서 문 전 대표의 경선 우세가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 자신이 문 전 대표를 상대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 "朴 대통령 사법처리 문제는"…주자들 속내 복잡

탄핵이 인용될 경우 주자들의 노선 변화를 확인할 '리트머스 시험지'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꼽힌다.

3일 CBS 주최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도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문 전 대표), "정치적 타협과 해법 논의를 거부한다"(안 지사), "즉시 구속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이 시장) 등의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만일 탄핵이 인용되면서 '국민통합'이 핵심적인 시대정신으로 떠오른다면 사법처리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강력한 사법조치는 보수층의 결집을 부른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공학 문제가 아닌 사회 원칙의 문제"라며 "세 주자 모두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탄핵 기각·각하 시엔 야권 대혼란…주자들도 '승복' 시험대

반대로 탄핵이 기각되거나 헌재가 각하할 경우 야권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대선'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지난해 탄핵을 주도한 야권이 경우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탄핵에 힘을 실었던 야권 대선주자들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게 터져나올 가능성이 커, 주자들이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습하면서 출구를 모색할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각·각하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에 승복할 것인지가 주자들의 행보를 가를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문 전 대표는 "기각시 정치인은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안 지사는 "결론이 나면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과거 문 전 대표는 "탄핵 기각시에는 혁명밖에 없다"고 하거나, 안 지사는 "국민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당연히 존중해야죠'라고 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정치인이 말로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승복하겠다고 하고 집회에 나가면 그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겠는가"라고 하는 등 누구보다 강하게 결과 승복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 시장은 "기각되면 국민이 손잡고 끝까지 싸워 비리세력을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말해 불복종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임형섭 박경준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