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 1년·아베 진주만 방문 등 미묘한 시기에 기습 참배 '충격'
정상외교 공백 속에 향후 日 역사인식 도발 견제 가능할지 미지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의 29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마루야마 고헤이(丸山浩平)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공사)를, 국방부는 다카하시 히데아키(高橋秀彰) 주한 일본 국방무관(해군 대령)을 각각 불러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더불어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대변인 논평과 입장자료를 내고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란히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2012년말 아베 정권 출범 후 야스쿠니 신사 봄, 가을 제사 등 계기에 일본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가 이어져 온 가운데, 총리를 제외한 일반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전례로 미뤄 이번 건에 대한 대응 수위는 높았다.

이에 앞서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충격 속에 곧바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일본 국내 정치와 지지층만 보는 것 같다"며 한국을 비롯한 이웃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배려가 결여된 행보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일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정부가 외교·국방부 동시 대응 형식으로 강하게 항의한 것은 이나다 방위상의 직위, 야스쿠니 참배 시기를 고려할 때 사안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전범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등 역사 수정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 온 이나다를 정부는 지난 8월 취임 직후부터 주시해왔다.

한일관계 개선 흐름 속에 한일 국방 당국 간의 교류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강경 우익 인사가 방위상에 취임한 것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강화 차원에서 일본과 지난달 23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당시 일본의 재무장 행보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라는 국내 여론의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는 안보상의 필요성과 한일관계의 개선흐름 등을 감안해 협정을 체결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현직 방위상으로는 처음이었던 이번 이나다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반적인 현직 각료의 참배와는 그 심각성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데 이어 개헌을 통한 정식 군대 보유를 노리는 아베 정권의 행보로 미뤄 국방을 책임지는 방위상의 노골적인 '우익 질주'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더욱이 아베 총리가 26∼27일(현지시간) 진주만을 방문하면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직후이자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28일)을 맞이한 다음날이라는 점도 정부로선 간과할 수 없었다.

결국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아베의 핵심 측근인 이나다 방위상이 태평양 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과거 전쟁에 대한 아베 정권의 수정주의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사실상의 정상외교 동결 상태를 맞이한 한국 정부가 앞으로 있을 아베 정권의 추가적인 역사 도발을 제대로 견제하고,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정진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