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청사에 '대통령 퇴진' 현수막…정부-노조 갈등 커져
광주 시·구청 현수막 놓고 "정치적 중립 위반" vs "정치적 표현의 자유"

광주광역시청과 5개 구청 공무원노조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현수막을 내건 것에 대해 노조와 행정자치부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현수막 게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행자부는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및 단체행동 금지 규정 위반"이라며 지자체에 징계를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는 12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현수막 철거 지시 및 징계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또 윤장현 광주시장과 민형배 광산구청이 SNS 계정을 통해 노조의 '박근혜 퇴진' 현수막 게시를 지지하고 응원했는데도 광주시와 5개 구청이 행자부의 징계·현수막 철회 요구를 그대로 노조에 통보한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노조는 "광주시와 5개 구청은 노조에 보낸 박근혜 퇴진 현수막 철거 지시 공문을 철회하고 각 단체장은 공식 입장을 즉각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전공노 광주본부는 지난 4일 광산구청을 시작으로 7일까지 5개 구청 청사 외벽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게시했다.

광주광역시 공무원노동조합도 지난 7일부터 시청에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행자부는 지난 7일 광주시에 노조 간부 징계와 현수막 즉시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9일에는 행자부 공무원 3명이 광산구와 광주시를 찾아 현장 조사를 했다.

광주 5개 구청은 행자부 공문을 받고 절차에 따라 자진 철거를 요구했으며 현재까지 징계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광주 일선 구청 관계자는 "행자부가 직접 징계 요구를 하더라도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장이나 일부 구청장 등 단체장 의지에 따라 징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징계를 하지 않은 실무 공무원이 제재받을 수 있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사항이라며 지차체를 통해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전공노 측에서 현장 확인 업무도 방해했다"며 "해당 기관에서 징계조치를 미룬다면 다시 협조를 요청하거나 행자부가 직접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공개적으로 대통령 퇴진 요구 발언을 한 단체장의 경우 행자부의 징계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선출직 공직자는 위법이 있으면 재판을 통해 책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이 이런 행동을 하는 원동력은 안정된 공무원 집단을 믿고 하는 측면도 있다.

공무원들은 우선 국가 안정에 매진하고 최후의 상황이 일어난다면 바로잡기 위해 그때 의사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다만 징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자체 고문 변호사로 다년간 활동 중인 한 현직 변호사는 "현수막 게시는 여럿이 모여 의사 표현한 게 아니니 단체 명의로 걸었더라도 단체행동과는 무관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는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다수 국민이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규탄하는 이 시국에 행자부의 징계 요구는 누가 봐도 무리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