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춘석 탄핵추진실무단장, 국민의당 김관영 탄핵추진단장, 정의당 이정미 탄핵추진단장이 3일 새벽 국회 의안과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탄핵추진실무단장, 국민의당 김관영 탄핵추진단장, 정의당 이정미 탄핵추진단장이 3일 새벽 국회 의안과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강공모드 "열차 이미 출발…즉각 퇴진 않으면 9일 탄핵안 표결"
與비주류 "4월퇴진·2선후퇴 명시" 촉구…朴 대통령과의 면담 주목


'운명의 일주일'을 앞두고 탄핵정국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야권이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목표로 잡은 가운데 이번 주말 다시 점화된 '촛불민심'과 박 대통령의 '퇴진시한' 및 2선후퇴 입장표명 여하에 따라 정국의 향방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3일 새벽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치자 마자 박 대통령의 탄핵문제를 둘러싸고 서로를 향해 강도높은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내며 치킨게임 양상에 돌입했다.

야3당은 이날 예산안 처리 직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오는 9일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탄핵안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9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 찬성이다.

지난 2일 탄핵안 발의 불발로 촛불민심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던 야권으로서는 박 대통령이 시점을 못 박아 조기퇴진 입장을 밝혀도 탄핵안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각 퇴진이 아닌 한 '탄핵열차'를 멈추지 않겠다는 강경모드로 선회한 것이다.
탄핵정국 주말 분수령…3야 "탄핵 직진", 비박 "퇴진시한 명시"
야3당은 또 이날 오후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이 허용되는 제6차 촛불집회를 동력삼아 탄핵 드라이브를 가일층 강화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등 야3당 대표는 이날 일제히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탄핵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오늘도 꺼지지 않을 촛불 민심은 이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탄핵했고 당장 내려오라고 명령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명예롭게 물러날 시간을 벌려고 한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구두 논평에서 "6일 후 국회는 탄핵안 가결로 온 국민의 염원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탄핵안 표결에 앞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촛불민심의 엄중함을 인정하면서도 '질서 있는 조기퇴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말까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한 만큼 야당도 조속히 협상테이블로 나와 '조기퇴진 로드맵'을 확정지어야 한다는게 새누리당의 요구다.

김성원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국회는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합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며 "국가를 혼란스럽게 한 이 사태의 해법에 대해서도 즉각 여야가 협상에 나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단축을 위한 여당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야권의 기류가 워낙 강경한 점이 새누리당으로서는 곤혹스런 대목이다.

현 상태로 9일 탄핵안 표결에 임해 찬반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가결되든 부결되든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후폭풍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읽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박계가 중심인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안 처리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박 대통령을 향해 보다 명시적인 조기퇴진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압박하고 있어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에게 오는 7월 오후 6시까지 내년 4월 퇴진을 명확히 밝힘과 동시에 모든 국정을 총리에게 넘기는 '2선 후퇴'를 표명할 것을 촉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야권이 주도하는 9일 탄핵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9일 탄핵표결 이전에 퇴진시한과 2선 후퇴를 명시적으로 밝히느냐가 정국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르면 주말부터 당 지도부와 비주류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박 대통령의 연쇄면담을 추진하기 위해 물밑 조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금주말 성사될 것으로 점쳐지는 연쇄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내년 4월 퇴진과 2선후퇴를 수용할 경우 탄핵안 표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조기퇴진을 수용하면서도 여야가 퇴진시한과 총리 인선에 합의해올 것을 조건으로 제시할 경우 새누리당 비주류가 분열하고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정국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이날로 6번째를 맞은 촛불집회의 민심이 어떤 규모와 강도로 표출되고 주말을 거치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면담을 위한 물밑 조율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탄핵정국의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