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조순형·김형오 부각…일각선 유승민 거론도

새누리당이 당의 내홍 수습방안으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도 위원장 추천과 비대위의 권한 범위 등을 놓고 계파간 힘겨루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정현 대표가 내년 1월21일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내달 중순 조기 사퇴하기로 한 지 2주가 넘었지만 비대위 구성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3명씩 참여한 중진 6인 회의는 30일 비대위원장 3명을 추천해 의총에서 결정키로 했으나,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의 한 핵심의원은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전당대회 일정을 제시하고 사퇴한다고 한 것도 결국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중진 6인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을 추천한다면 초·재선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어느 세력이 독단적으로 비대위원장을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계파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 주류가 주도하는 초선모임도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어느 일방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비대위 구성에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의 입장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친박 측에서는 비주류가 추천한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잡을 경우 일부 친박계 의원들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출당조치까지 요구하며 희생양을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관계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해서 자신만 살려고 돌을 던지는 것은 정치적 술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진 6인 회의 당사자인 나경원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친박 중진들이 모여서 청와대에 건의한 것은 탄핵정국으로 가지 않고 질서있는 퇴진정국으로 가면서 비대위나 당권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라면서 "과연 6인회의의 논의가 효력이 있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인 출신으로 과학기술처 장관, 서울시립대 총장 등을 지낸 김진현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후보군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을 포함한 보수 성향의 6개 단체가 결성한 국가전략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포럼은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 공동대표인 김무성 전 대표도 김 전 장관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스터 쓴소리'로 알려진 조순형 전 의원도 쇄신이 필요한 시점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관계가 없는 데다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과 자유선진당에서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특정계파에 속하기보다는 꾸준히 독자 노선을 걸었다는 게 강점이다.

이와 함께 김형오 전 의장의 경우 정치 경륜을 갖추고 정치 원로로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주류 측에서는 계파성향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원내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재부상하는 기류도 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히며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났지만 최근 잠재적 대권주자 중에는 박 대통령에 대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의견을 제시해 친박계에서도 이를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박근혜 대선 캠프의 핵심 요직을 지낸 '원죄'로 야당의 공세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유 의원 역시 주변에 비대위원장 수용 가능성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