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내년 예산 292억8700만원 가운데 13억7100만원을 삭감했다는 보도다. 전체적으로 4.7% 줄어든 것이지만 내용을 보면 연구활동비(112억원)의 10% 이상을 잘라버리고 경상경비도 줄였다. 연구기관에는 치명적인 조치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것은 국회의 권리(헌법 제54조)다. 그러나 한중연 예산이 삭감된 사연은 기가 차다. 이기동 한중연 원장이 지난 9월 국감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는 게 이유다. 이 원장은 당시 휴식 중 화장실에서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됐고 의원들로부터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기관장 개인의 문제를 기관 예산 삭감으로 ‘징벌’한다는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한심한 것은 의원들은 올해도 여지없이 지역민원성 ‘쪽지예산’으로 예산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라는 사실이다. 각 상임위가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모두 4000여건, 40조원 규모에 이른다. 의원 1인당 13건의 지역구 민원을 들고와, 내년 예산의 10%에 달하는 거액을 내놓으라고 로비를 하고 있다. 명백한 위헌이요, 불법이다. 이런 의원들은 누가 징벌하나. 대통령이 무너지니 의원 갑질이 폭발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