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소유 회사 '더블루케이' 챙겨주려 한 정황
문체부도 스포츠계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에이전트'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소유한 회사의 수입을 위해 기업체에 스포츠팀을 만들고 에이전트 계약을 특정 회사와 하도록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2월 포스코 그룹 권오준 회장을 만나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더블루케이가 거기에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더블루케이는 최순실 씨가 올해 1월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된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목적으로 세운 주식회사다.

안종범 전 수석은 대통령과 따로 만난 뒤 나오는 권 회장에게 미리 준비한 더블루케이 조 모 대표의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만나보라고 권유했다.

이후 포스코는 어려운 경영 여건과 이미 여러 체육 관련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여자 배드민턴 창단이 어렵다는 의사를 더블루케이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결국 청와대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활동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포스코 측이 계열사인 포스코 P&S 산하에 2017년부터 창단 비용 16억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하고 그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에 맡기는 것으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올해 1월에도 안 전 수석에게 "그랜드코리아레저 주식회사(이상 GKL)에서 장애인 스포츠단을 설립하는데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케이가 있다"며 "GKL에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소개해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최순실 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더블루케이와 GKL간 스포츠팀 창단 및 운영에 관한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를 받은 바로 다음 날 GKL 이 모 사장에게 연락해 더블루케이와 선수단 창단과 운영에 관한 용역 계약 협상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직접 기업체에 스포츠팀을 만들고 해당 관련 업무의 에이전트는 더블루케이에게 맡기라고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올해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스포츠계에 에이전트 사업의 활성화를 유난히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결국 최순실 씨의 사업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리는 수사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2월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에이전트 육성을 스포츠 서비스업 발전 주요 과제로 지목했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올해 4월 열린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워크숍에 참석해 "스포츠산업 활성화는 돈을 버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인데 그 첫 번째가 에이전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스포츠 관계자들은 '뜬금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