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열 이어 친손계 연쇄탈당설 '어수선'…개헌론·통합경선 변수 복잡
文, 박지원 만나 孫 동향 물어…秋, 통합 재점화 고심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 안팎에서는 손 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친손(親孫)' 인사들의 연쇄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물론, 개헌론이나 제3지대 통합경선론이 탄력을 받으며 원심력이 강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그동안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이해찬 전 총리를 복당시키고 김민석 전 의원이 이끌었던 '원외민주당'과 합당하는 등 거침없던 당의 통합행보가 이번 일로 제동이 걸린 셈이 됐다.

무엇보다 야권 전체를 끌어안으며 내년 대선 경선에서도 흥행을 이루려던 민주당의 구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연쇄탈당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인한 여당 공세가 거센 가운데 손 전 대표의 탈당으로 원심력이 강화된다면 더욱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감이 번지면서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는 사태의 추이를 숨죽이고 지켜보는 동시에, 통합 행보를 재점화할 수 있는 카드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이날 당내의 시선은 손학규계 인사들의 행보에 집중됐다.

먼저 이찬열 의원이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소식을 밝혔다.

이에따라 민주당의 의석은 121석으로 한 석이 줄었다.

이와 함께 김병욱·박찬대 의원 등 다른 친손 인사들이 연쇄적으로 탈당을 결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전날 손 전 대표 회견에서 모습을 보인 중진 인사들도 두고도 거취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곳곳에서 흘러나와 긴장감을 높였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이종걸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탈당은 순서도 아니고, 시간도 아니고, 길도 아니다"라며 탈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제의원연맹(IPU) 총회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하면서도 "연락이 되지 않더라도 탈당 등 중대결심을 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공지를 기자들에게도 보냈다.

문 전 대표 측도 사태의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린 성균관 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박 위원장에게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입당할것으로 보이는지 등을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이 더민주에서 추가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자 문 전 대표 역시 이찬열 의원의 탈당 소식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 전 대표는 행사 후 기자들이 "박 위원장과 손 전 대표에 관련한 얘기를 주고받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자들이) 그냥 상상을 하십시오"라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손 전 대표의 탈당으로 제3지대론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떠났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통합경선론 등 제3지대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는 점이 문제"라며 "원심력이 계속 강해지고, 이로 인해 자칫 당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손 전 대표가 개헌론을 전면에서 제기하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반가운 대목이 아니다.

추 대표 등 지도부는 손 전 대표 탈당사태를 극복하고 다시 구심력을 강화할 묘수를 찾기 위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날 이찬열 의원이 비공개최고위에 참석해 탈당 소식을 전했을 때도 지도부는 한결같이 만류했으며, 이 의원이 그래도 결심을 굽히지 않자 "손 전 대표를 업고 돌아오시라", "가시는 듯 다시 돌아오시라"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추 대표 역시 "손 전 대표가 돌아올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며 다시 통합행보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권이 '넓게, 그리고 함께' 가자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그라운드를 넓히는 전략을 더 고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정현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