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이 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역정과 함께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비전·구상 등을 담았다. 일종의 대선 출사표 성격이다. 후발 주자들의 출간이 활발한데, 선발주자 따라잡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오는 22일 정책제안을 담은 저서를 낸다. 지난 6년 동안 충남도정을 이끌며 느낀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 과제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다고 안 지사 측 관계자는 19일 말했다. 그는 2008년 ‘담금질’, 2010년 ‘247명의 대통령’, 2013년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낸 바 있다.

도정을 펼치는 과정의 정책 경험을 전국적인 의제로 확대해 국정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저서에는 안 지사가 ‘충남의 제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농업직불금 개선, 연안하구 생태복원, 전력 수급체계 개선 등 이른바 ‘안희정법’으로 불리는 9대 입법 과제도 포함됐다. 이달 말에는 자신의 인생이야기 등을 담은 책도 내놓는다.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왜 지금 국민을 위한 개헌인가’, ‘왜 지금 공존과 상생인가’ 등을 펴냈다. ‘외교·안보·통일’ 등 주제의 책도 출간한 예정이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책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도 시정 경험을 담은 저서를 낼 예정이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존의 경제(가제)’를 출판할 예정이다. 정계 복귀를 앞두고 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도 우리 사회 진로에 관한 구상을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계 복귀와 때를 맞춰 책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2012년 대선 전 ‘운명’ ‘사람이 먼저다’ 등을 낸 적이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 현안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담은 ‘안철수의 생각’을 내놨다. 두 사람도 정책 구상을 담은 저서를 낼 가능성이 크다.

대선 주자들이 책을 내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국정운영 구상을 보여주며 대선 주자로서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차원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책을 통해 대선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내는 책 내용에 개헌, 통일·외교·안보, 양극화 문제 등을 공통적으로 다룬 것은 이런 차원이다.

대선 주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을 경우, 현직에 있으면서 대선 관련 행보를 보이는 것이 쉽지 않다. 도정에 소홀하고 대선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어서다. 때문에 책 출간은 우회적인 대선 행보 기회가 될 수 있다.

출판기념회의 형식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출판기념회는 대선 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했다. 당시 대선 주자들은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시점부터 당내 경선때까지 최대 55억9770만원의 합법적 후원금을 걷을 수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상당수 후보들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자금을 수혈했다. 기념회 현장에는 지지자와 이해관계자, 동료 정치인들로 북적였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일반 국민들은 거의 없었다. 모금함을 비치해 책을 구입한 사람이 책값을 넣는 식으로 판매가 됐다. 적게는 10만원에서부터 수백만원까지 ‘책값 봉투’를 준비하는게 관행이었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얼마를 모금했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의무도 없었다.

이런 출판기념회가 편법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통로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자 각당은 출판기념회를 금지했고, 이제 그 형식이 바뀌었다. 토크쇼, 강연, 타운홀 미팅 등 다양한 이벤트를 도입하고 있다. 참석자들과 책 내용 등을 놓고 토론하는 형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 전 시장은 강연을 통해 자신의 저서를 인용하고 있다. 안 지사도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및 대학 특강 등에서 자연스럽게 책 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