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공방만…'역대 최악' F학점 국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리는 형국이다. 국방위원회 등 11개 상임위는 14일 회의를 끝으로 종합감사를 마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의 국감 일정이 남아 있지만 이번 국감이 ‘낙제점’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F’를 줬다. 15대 국회 이후 최악의 평가다.

국감은 시작부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로 삐걱거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하자 새누리당은 국감을 보이콧했고, 이정현 대표는 7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새누리당의 복귀로 간신히 국감이 재개됐지만 국감은 온통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을 둘러싼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야3당은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의혹 공세에 열을 올렸고, 여당은 이를 감싸는 데 급급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은 일선 교육현장의 문제점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둘러싼 일반증인 채택 문제에 매달렸다. 결국 교문위는 정치공방 끝에 일반증인을 한 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전체 의원의 절반(44.1%)에 가까운 초선 의원 132명의 활약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쟁의 와중에 국감을 통해 존재감을 알린 의원들도 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금융, 공정거래 등 다방면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피감기관을 곤혹스럽게 했고, 김종민 더민주 의원은 공공기관 320곳의 기관장과 감사 414명의 이력을 전수조사해 낙하산 인사 문제를 파고들었다.

국방위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도 군사전문가답게 각종 정보를 근거로 날카로운 질문을 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유동수 더민주 의원은 10일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가 하락 등으로 1㎾h당 재료비가 26원 감소할 동안 한전의 전체 제조원가 절감은 19원에 그쳐 재료비를 뺀 관리비용은 폭염이 지속됐던 7월에 더 늘었다”며 한전의 방만경영 문제를 쟁점화했다.

기획재정위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5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질책 대신 일부 영역에서 금융회사의 대출을 제한하는 ‘가계부채 총량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는 등 각종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7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배낭형 기지국을 활용해 재난 시 통신연결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혼란을 가져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청렴한 세상만들기’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