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3개월만에…윤 대통령, 2대 공수처장에 오동운 변호사 지명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에 오동운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사진)를 지명했다. 지난 1월 20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임기를 마친 뒤 3개월 만에 이뤄진 후보 지명이다. 공수처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해 대통령실 등을 수사하고 있다. 현 정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장을 장기간 공석으로 두면 안 된다는 비판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인선안을 발표했다. 경남 산청 출신인 오 후보자는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고등법원 판사,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2017년 퇴직해 법무법인 금성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판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는 접점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법원에서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위원 6명 이상 찬성으로 최종 후보군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추천위는 2월 오 후보자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를 차기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했고, 윤 대통령은 오 변호사를 낙점했다.

공수처장 지명이 늦어지자 야권에선 ‘해병대 채상병 사건’ 등의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자 지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해 신중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채상병 사건 관련 특검법안이 거론되는 시점에 지명한 것에는 “특검법은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작년 9월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공수처장 지명과 특검법을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공수처장 지명이 너무 늦어지는 게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막상 지명하자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냐고 비판한다면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오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오 지명자가 공수처를 외풍으로부터 지키며 공정한 수사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의심스럽다”며 “공수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정보경찰 4·13 총선 개입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김상운 전 경북지방경찰청장을 변호한 이력을 문제 삼고 있다.

개혁신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영수회담에서 채상병 특검 요구가 예상되는 시점에 내내 미뤄오던 공수처장 지명을 급작스럽게 진행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법에 따라 2021년 1월 출범했다. 고위 법조인 등을 수사·기소한다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사실상 검찰 견제 기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양길성/한재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