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주 가능성…한국 EEZ 조업 가능성도 배제 못해

인천해경 고속단정을 침몰시키고 달아난 중국어선의 행방이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중국어선 '노영어(魯榮漁)00000호'는 7일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인천해경 3005함 소속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났다.

해경은 고속단정 침몰 직전 대원 1명이 물에 뛰어들고 주변에 중국어선 40척이 공세를 계속할 조짐을 보이자 현장에서 철수, 어선을 나포하지 못했다.

해경은 현장 채증 영상을 분석해 선체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

중국 해경국에도 채증자료를 전달하고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중국 해경국은 이 어선이 산둥성 룽청시 선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9일 해경에 어선 제원 등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 어선이 중국에 있는지, 한국 해역에 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해경국은 선주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진 않았다.

해경은 이 어선이 사건 발생 이후 중국 영해로 도주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을 때 일정 부분 파손된 점을 고려하면 배 수리를 위해 중국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영어호가 중국 당국에 등록절차를 밟지 않고, 가짜 이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산둥성 룽청시 스다오항으로 입항할 가능성이 크다.

스다오항은 룽청의 대표적인 어선 집결지다.

노영어호가 스다오항에 있다 하더라도 '노영어' 이름을 가진 어선이 수만 척에 달하기 때문에 용의 선박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중국어선 이름은 소속된 성(省)의 약칭과 도시의 머리글자, 어선을 뜻하는 '어'자로 구성되고 이름 뒤에 일련번호를 붙이는 방식이다.

달아난 중국 어선의 일련번호가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흐릿한 상태이기 때문에 찾으려면 수많은 '노영어' 어선 중에서 중국 해경국이 파손 부위 등 특징을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

해경은 이 어선이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어선들은 산둥성에서 출발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으로 온 뒤 인천·태안·목포 방향으로 남하하며 1주일에서 한 달간 불법조업을 하다가 역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사용한다.

중국어선 선단과 함께 움직이는 운반선에서 연료를 계속 공급받고, 선체 파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 여전히 한국 EEZ를 돌며 불법조업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해경의 추론이다.

해경은 중국 해경국에 조속한 검거를 촉구하는 동시에, 인천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서·남해 EEZ 해역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용의 선박을 쫓고 있다.

용의 선박이 어느 나라 해경에 검거되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해경은 한국 EEZ에서 용의 어선을 검거하면 선박매몰·특수공무방해·공용물의파괴·EEZ어업법위반 외에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단속요원이 탄 단정을 일부러 추돌하고 전복될 때까지 밀어붙인 행위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국해역에서 중국 해경이 검거한다면 처벌 수위는 중국 사법당국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해경은 중국 당국이 검거해도 일단 중국선원들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자국민을 처벌하라고 다른 국가에 신병을 넘겨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범죄인인도협약 체결국이지만 이는 범죄를 저지른 자국민을 인도해달라고 요청할 때 적용하는 협약이어서 이번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해경본부 관계자는 12일 "중국 당국이 의지를 갖고 수사 공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어선을 검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며 "용의 어선을 반드시 검거해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