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9일 남북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을 찾았다.

파워 대사는 헬기를 타고 낮 12시 17분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한 뒤 장병식당에서 한미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어 오후 1시31분께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과 이승준 유엔사 군사정전위 비서장(대령)의 안내를 받으며 차량으로 5분 거리인 판문점에 도착했다.

파워 대사는 북한 측 판문각이 마주 보이는 우리측 자유의 집 앞에서 미군 장교로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받은 후 낮은 콘크리트 턱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밴달 사령관과 이승준 비서장 등과 남쪽을 바라보면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파워 대사가 판문점을 방문해 기념촬영과 T2 회담장을 둘러보는 동안 북측 경비병들은 파워 대사를 촬영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파워 대사는 북한 지역이 내려다보이는 판문점내 우리측 제3초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국 도착 직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유엔 안보리에서) 매우 중요한 (대북제재) 협상이 진행되는 중간에 주유엔 미국대사가 방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스스로 밝혔듯이 파워 대사의 방한은 물론, 이날 판문점 방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파워 대사는 당초 판문점 방문시 북한에 보내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한 미 대사관 측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미리 알려드렸던 성명과 언론 질의·응답은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실제 파워 대사는 판문점 방문시 취재진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남북 분단 현장에서 북한에 대한 지나친 자극을 자제한 것이라는 관측만 나왔을 뿐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엔에서 대북제재의 칼을 쥔 파워 대사의 판문점 방문 자체가 한미동맹의 공고함과 북한에 대한 무언의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워 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판문점에서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스케줄이 굉장히 유동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파워 대사는 또 판문점 방문에 대해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DMZ에 대해 (관련 글을) 읽거나 사진을 봤지만, 한때 한 국가였던 이곳을 분단하는(가르는) 선 바로 앞까지 가서 직접 본 것은 또 달랐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또 "자유와 억압, 개방과 고립 사이의 큰 대조를 직접 목도할 수 있었다"면서 남북간 현격한 차이를 평가하고, "북한이 매번 핵실험이나 불법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느낄 위협의 근접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판문점·서울연합뉴스) 외교부 공동취재단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