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열강 독주무대로 도용" 주장…대미비난 구실 찾아

지난달 5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위기에 놓인 북한이 유엔의 비민주성을 주장하며 '아전인수'식 유엔 개혁을 요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공정한 국제질서수립의 절박한 요구 - 유엔개혁문제'라는 제목의 정세해설 기사를 통해 "현시기 유엔개혁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요구로 나서고 있는 것은 유엔이 시대착오적인 구태에 포로되여 자기의 기능을 원만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렬강(열강)들의 독주무대'로 도용되고 있다며 "지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대국들의 리익(이익)만을 대변하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안보리)를 개혁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13∼1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 섬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성원국(회원국)들이 '한결같이' 유엔 개혁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고도 언급했다.

북한 매체가 국제적으로 해묵은 사안인 유엔 개혁을 새삼스럽게 조명한 것은 이를 대미 비난의 구실로 활용, 핵개발에 따른 제재와 고립 분위기에 물타기를 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노동신문은 기사에서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전보장리사회(안보리) 상임리사국(이사국)들이 진심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자기의 특권을 포기할 용단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하여 유엔개혁이 좀처럼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최종문건(결과문서)이 "제재는 반드시 세계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나 침략행위가 존재할 때에만 취해져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며 이것이 "국제사회의 진정한 목소리"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비동맹운동 회의에서는 일부 국가가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요소를 결과문서에 반영하려고 시도하는 등 북핵 문제에 이례적으로 비판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달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러시아가 대북 추가제재 논의에 초기부터 적극 개입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나와 앞으로 결의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4일 러시아 현지 외교 소식통을 인용, 4차 핵실험 당시 미국·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것을 '굴욕적'으로 생각한 러시아가 이번 결의 도출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개진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