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롯데그룹 경영 비리 의혹의 정점에 있는 신동빈(61)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롯데그룹 앞날이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6일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수일간 고심 끝에 신 회장의 혐의 내용과 죄질 등을 고려할 때 내부 원칙대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경제 등 수사 외적인 요인도 감안해 검토했지만, 그보다는 이번 사안에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경우 향후 유사 형태의 기업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등도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오너 일가를 한국 또는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아무런 역할 없이 수백억원대 급여를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회장과 막대 여동생인 유미(33)씨는 100억원대, 형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400억원대 부당 급여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신 회장은 계열사 간 부당 자산 거래, 오너 일가 관련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1000억원대 배임 혐의도 있다.

그는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롯데홈쇼핑의 정관계 금품 로비를 지시하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8시간 조사를 받았으나 제기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께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게 롯데 측 우려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경영 투명성 제고를 4대 개혁 과제로 정했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중단됐다. 롯데는 수사가 끝난 뒤 호텔롯데 상장을 다시 추진해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99%에서 56%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은 4~5년간 재추진할 수 없게 된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구상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건설 등의 지분을 사들여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바꿀 방침이었다.

오너 경영인 부재에 따른 충격도 클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신 회장은 2012년 초 임원인사를 통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롯데백화점과 호텔롯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했다. 2013년에는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 가족 소유의 유원실업과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운영 계약을 해지했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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