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 4년-길 잃은 관료사회] "공무원 된 것 후회한 적 있다" 53%
중앙부처 공무원 두 명 중 한 명은 공무원이 됐다는 것을 후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고려해본 사람도 열 명 중 네 명을 넘었다. 세종시 이전 이후 이직에 대한 생각이 더욱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사무관 이상 공무원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공무원이 됐다는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52.6%를 기록했다. 사무관(51.0%)보다 과장급 이상 선임 공무원(56.3%)에게서 후회했다는 답이 더 많았다.

공무원 생활에 가장 회의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를 묻는 항목에는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을 때’란 답이 51.0%로 절반을 넘었다. 사무관들은 ‘민간 부문에 진출한 친구보다 턱없이 적은 월급을 받을 때’가 15.8%로 바로 다음이었지만 과장급 이상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될 때’가 30.4%였다.

‘이직을 고려해본 적 있는가’란 질문에 43.7%가 ‘있다’고 답했다. 사무관(44.2%)이 과장급 이상(42.6%)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이직을 고려한 주된 이유로는 절반 가까운 사람이 ‘성취감 저하’(48.5%)를 꼽았다. 사무관(51.1%)과 과장급 이상(42.9%) 모두 이 답을 선택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과장급 이상은 그다음으로 ‘세종 이전’(28.6%)을 대답한 반면 사무관은 ‘낮은 보수’(23.4%)를 골라 인식차를 보였다.

정부 부처의 세종 이전 이후 이직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47.1%가 ‘이직 생각이 늘었다’고 답했다. 사무관(43.4%)보다 과장급 이상(54.1%)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직 생각이 줄었다는 답은 11.5%에 그쳤다.

실제로 이직의 기회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자 ‘적극 고려하겠다’와 ‘고려하겠다’는 답이 각각 21.7%, 46.7%로 총 68.4%를 차지했다. 사무관(70.2%)이 과장급 이상(64.6%)보다 약간 많았다.

이직을 생각하는 직종으로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40.5%로 가장 많았다. 민간기업(20.6%)과 산하 공공기관이나 협회 등 유관기관(19.8%)이 뒤를 이었다.

민간 부문으로 진출한 친구보다 만족스러운 점으로는 ‘국가 정책을 직접 만든다는 보람’(45.4%)이 첫손에 꼽혔다. 불만족스러운 점으로는 ‘낮은 보수’(59.6%)를 택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