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댓글민심' 읽고…秋 '중대제안' 검토…朴 '제3의 길' 모색

파국을 벗어난 제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오는 5일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정상 궤도에 오른다.

이번 대표연설은 각 당이 나아갈 '항로'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동시에 내년 대선을 겨냥해 상대방을 옭아맬 틀을 설정하는 '프레임 대결' 성격이 짙어 보인다.

특히 원내 제1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제2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동갑내기 데뷔전'이라는 점이 흥미를 더하는 관전 포인트다.

이 대표가 5일, 추 대표가 6일, 그리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대표연설에 나선다.

첫 연사로 나서는 이 대표는 '댓글민심'을 읽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설문은 자신이 직접 쓰고, 보좌진은 모두 댓글 수집에 투입됐다.

이 대표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야지, 정치인이 원하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교조적인 연설은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각종 현안에 대해 여의도식 프리즘에서 벗어나 비록 거칠지만 정제되지 않은 사회 저변의 인식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댓글은 익명의 견해인 만큼 좀 더 솔직한 정서를 접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특히 댓글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도 가감 없이 담고 있어 새누리당이 미처 몰랐던 여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 측근들은 "이른바 '아재(최신 경향에 뒤처졌다는 사투리 표현)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이 대표가 인터넷 신조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과 안보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무(無)수저'라는 자신의 출신에 걸맞게 저소득·서민 일자리와 청년 실업이 최대 화두다.

또 정치권의 '갑질'에 대한 자아비판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연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는 주말 내내 연설문 작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민생 경제와 통합이 연설의 핵심어다.

특히 현 상황이 '비상경제시국'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정부·여당이 그동안 여러 정책방안을 내놓았음에도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문제 해결과 대안 제시를 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할 계획이다.

또 청와대가 지난 4·13 총선의 민의를 수용해 여야와 소통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혀 온 추 대표가 이번 대표연설에서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더민주 관계자는 "국방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외교·안보 쪽을 통틀어 언급할 계획"이라며 사드 문제를 찬반 논리로 접근하지 않을 방침을 시사했다.

추 대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거취와 검찰 개혁, 헌법 개정,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 연장 등에 대한 강도와 수위를 높인 발언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중대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 위원장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제3당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이 국회에 힘을 실어달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치야' 미국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히트했지만, 우리나라는 정치만 잘 되면 경제도 외교도 남북관계도 다 풀립니다.

이번 주제를 정치로 잡고 생각 중입니다"라고 올렸다.

우 수석 거취 논란과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드러난 관피아·전관예우 문제를 질타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도 호소한다.

또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해결, 사드 배치의 국회 동의 등을 거론하며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제3당인 국민의당 대표로서 새누리당·더민주와 차별화한 정치개혁 등 '제3의 길'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개헌과 사법개혁 등 다양한 개혁 과제도 연설 주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정현 박수윤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