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정책과 관련돼 공론화 부담 큰 듯
일각서 "北위협 대응 국가급 대비전략 마련할 때" 지적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비행시험(500여㎞)에 성공하면서 여당과 군사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핵잠수함 보유론이 부상하고 있으나 우리 군은 이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4일 북한이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데다 현재 배치한 신포급(2천t급) 잠수함보다 배수량이 더 큰 3천t급 또는 핵잠수함 건조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이에 대응한 방어 및 공격수단으로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현재까지 핵잠수함 건조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29일 "현시점에서 군이 핵잠수함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여당 등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론이 부상하고 있는 데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자 "현 상황에 대한 우려 속에서 나온 말로 이해한다"면서 "현재 핵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비핵화 원칙과도 관련되어 있으므로 군이 직접 나서서 건조한다, 안 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도 "핵잠수함 건조 문제는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비핵화 원칙과도 연결지어 봐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검토해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의 이런 입장은 이미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 등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지난 1월 방위사업청 관계자도 국방부의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개발 중인 3천t급 장보고-Ⅲ 잠수함이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그런 계획도 없고 진행 중인 사안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2020년까지 4천t급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계획(일명 362사업)을 추진하다가 1년 만에 외부에 알려지면서 무산됐다.

당시 17억원을 투입해 배수량과 탑재 무장장비 등에 대한 개념설계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이 핵잠수함 문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비핵화 원칙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의 대응도 염두에 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미국과 중국의 거친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일본의 핵무장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중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핵잠수함 건조론까지 정부와 군내에서 부상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군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안보차원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도화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위협 뿐 아니라 잠수함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점증하는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공개적으로라도 핵잠수함 건조 필요성을 검토해 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의 한 전문가는 "북한의 위협 중에서 새롭고 치명적인 위협에 불거졌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려면 '국가급 대비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 다가왔다"면서 "북한의 SLBM 개발 속도가 대단히 빠르고 심각해졌기 때문에 안보차원에서 핵잠수함 건조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