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동해상에서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정상보다 높은 각도에서 발사돼 500㎞를 날아갔다.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가 1000㎞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 충전량을 늘린다면 북한은 3000㎞를 날릴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일본 방공구역까지 날아간 북한 SLBM…군 "사실상 개발 성공"
남한 전 지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든다. 북한의 이날 도발은 핵무기 공격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을 과시하고, 우리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겨냥하는 동시에 태영호 주영 공사의 망명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분석한다.

◆심각한 남북 전략무기 불균형 초래

SLBM은 ‘보이지 않는 핵주먹’으로 불린다. 바다에서 은밀하게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쏘아 올려 탐지와 추적이 어려워 위협적인 핵 운반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남북 간 심각한 전략무기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어 한·미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 해상으로 침투해 불시에 미사일을 쏜다면 현재로선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해 우리 군이 추진 중인 선제타격 시스템인 ‘킬 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북쪽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 대상으로 한다. 우리 군은 이날 발사된 북한의 SLBM이 요격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SLBM은 400㎞ 이상 고도로 올라가 50㎞ 상공에서 마하 10의 속도로 하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가 40~150㎞ 고도에서 최대 마하 14의 속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방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북한이 동·서해안 북방에서 발사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동·서해 남쪽으로 침투해 발사한다면 대응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전 배치는 잠수함 개발이 관건

SLBM은 사출(射出·물속에서 바깥으로 밀어올리는 것), 점화, 비행 등 시험을 거친다. 잠수함에서 유도장치를 탑재한 SLBM을 쏴 목표물에 맞히는 시험발사 뒤 실전 배치된다. 북한은 사출과 점화 시험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행 시험단계를 밟고 있는데 이번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달 9일과 4월23일 발사된 SLBM이 각각 10여㎞와 30여㎞를 비행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날 발사로 인해 기술적으로 큰 진전을 이뤘다. 군은 초기 비행단계에서 300여㎞를 비행하면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간 북한이 3~4년 내로 SLBM을 전력화할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이르면 연내 실전 배치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SLBM을 실전 배치하면 북한은 전방 6000여문의 방사포와 1000여기의 지상 미사일을 포함해 육·해·공 대량살상무기 3종 세트를 구축하게 된다.

다만 2000t 규모인 신포급 잠수함 잠항 능력이 몇 시간에 불과해 SLBM이 실전능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 대응은…일각 “핵잠수함 구축”

북한의 SLBM에 대비한 우리 군의 감시체계 강화가 과제다. 해상초계기 증강 배치와 3000t급 잠수함 조기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상 킬 체인’뿐만 아니라 ‘수중 킬 체인’까지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우리 잠수함이 수면 아래에서 장기간 대기하다가 유사시 북한 잠수함을 격침하기 위해선 핵추진 잠수함 개발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정태웅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