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지인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채택한 장소로서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것은 물론, 사상 최초의 주요정당 여성 대통령후보의 탄생을 지켜본 곳이라는 크나큰 기념비를 세웠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 실시한 호명투표(롤콜 투표)를 거쳐 힐러리 클린턴을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19세기 후반부터 여성의 정치참여 시도가 시작되면서 '평등당' 같이 잠깐 동안 유지됐던 정당에서 여성이 대선후보로 나선 사례는 있었지만, 민주·공화 양당 중심 구도로 정착된 미국의 정치제도에서 이들 두 정당 중 한 곳의 대선후보에 여성이 지명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필라델피아 시 정부 자료를 보면 미국 5위의 대도시인 이곳은 미국 역사에서 깊고도 많은 발자국을 남긴 장소다.

독립선언이 이뤄지기 2년 전인 1774년 필라델피아에서는 제헌의회가 열렸고, 독립전쟁 때는 영국에 대항한 미국 독립군의 중심 도시 노릇을 했다. 1790년부터 1800년까지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임시 수도 역할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강한 상징성을 갖는 만큼, 양대 정당의 전당대회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횟수만 해도 공화당이 6번, 민주당이 올해까지 3번에 이른다.

진보당이나 휘그당과 같이 명맥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정당까지 합하면 12번이다.

지난해 민주당이 전당대회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미국 역사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위상"을 강조한 점 역시 이런 상징성을 잘 보인다.

여기에 최초의 여성 대선후보가 탄생한 곳이라는 이름표까지 더해짐에 따라, 필라델피아가 미국 정치에서 갖는 입지는 더욱 커지게 됐다고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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