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인터뷰서 "동맹 방어 비용, 합리적 보상 없으면" 철수할 수도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 등 동맹국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며 미군 철수를 처음 거론했다가 이후 톤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이후에도 다시 한번 철수 위협을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는 19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켰음에도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미군 주둔의 효용성에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안보 동맹과 관련한 질문에 "나도 계속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엄청나게 부유한 대국들을 보호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합리적으로 보상받지 못한다면…이들 나라에 '축하해. 앞으로 스스로 지키게 될 거야'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유럽과 아시아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북한 견제 등 미국 이익 때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호 이익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미국은 마치 미국 이익 때문인 것처럼 (적게) 보상받고 있다"고 답했다.

미군 주둔 등의 대가로 막대한 무역적자 외에 어떤 도움이 있느냐는 트럼프의 반문에 NYT 기자가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1950년에 한반도에 미군을 지금처럼 주둔시키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생겼는지 봤다"고 답하자 트럼프는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2만8천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음에도 "한반도에 평화가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우리는 평화를 지키는 동안 북한이 더 강해지고,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마치 '보일러'(boiler)와 같다며 "당신은 평화롭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점점 더 미쳐간다.

점점 더 많은 핵을 보유하며, 그들은 항상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그곳(한반도 등)에서 미사일이 쏘아 올려지는 것을 보며 '흥미롭군'이라고 말한다"며 "우리는 일본이 북한(견제)에 좋은 장소라고 해서 일본을 지켜주지만 그럼으로써 우리가 얻는 게 뭐냐?"고 물었다.

일본에 미사일 기지가 있어 북한 미사일을 쉽게 요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오랫동안 유지해왔는데 이제 구식이 됐다"며, '새로운 미사일을 배치하면'이라고 질문하려 하자 "나는 이것만 말하고 싶다. 우리는 돈을 쓴다. 무역을 통해 1년에 8천억 달러를 잃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협상에서는 항상 자리를 박차고 나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미군 철수 문제가 '협상용'이라는 점도 분명히 시사했다.

트럼프가 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NYT에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금 분담을 늘리지 않으면 당선 후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위협'을 처음 꺼내 들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이 이런 일에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잃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며 "(한국과 일본은) 분담금을 인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만약 아니라면 나는 정말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밝히면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안보와 관련해 적정한 몫의 방위비용을 부담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며 미군 철수를 다시 한 번 시사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정부와 공화당 일각은 물론 트럼프 캠프 내에서도 한미 동맹은 여전히 공고하다며 진화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트럼프 외교보좌역인 왈리드 파레스는 5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동맹인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릴 옵션 가운데 가장 마지막 시나리오에 해당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역시 5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말하려는 것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라며 '톤 조절'에 나섰고, 실제로 방위비 조정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극단적' 공약은 지난 18일 확정 공개된 공화당 정강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전당대회 중에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다시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트럼프 당선될 경우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당의 대선 정강이 현실적으로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가 이들 사안에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 결국 트럼프의 입장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