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파문'에 출마 접은 서청원…새누리 '당권구도' 요동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사진)이 19일 당권 도전을 접었다. 친박계 의원들의 출마 권유를 받은 지 2주 만이다. 친박계의 결집력이 크게 떨어져 출마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4·13 총선 당시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녹취록 파문까지 돌발하자 결국 대표 불출마를 택한 것이다.

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의 결론은 지금은 내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전당대회 대표 경선 과정에서 거론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그동안 대표 경선에 출마할 군번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했다”며 “주변의 많은 권유로 (출마 여부를)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이었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서 의원이 처음부터 당권 후보로 거론된 것은 아니다. 이번 전당대회엔 나서지 않고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서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친박계 유력 당권주자였던 최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와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부터다. 비박(비박근혜)계에 당권을 넘겨줄 것을 우려한 친박계 의원들이 서 의원의 출마를 권유하고 나선 것이다. 서 의원 자신도 한때는 출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은 그러나 후배들과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당권 후보인 김용태 의원이 “(서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와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을 심판 대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경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결국 불출마를 택한 배경이 된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당내에서 친박에 대한 반감이 커진 데다 친박계의 후보 단일화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출마하면 친박·비박 대결 구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그에겐 부담이었다.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이 결정타가 됐다.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난 1월 총선 예비후보였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지역구를 옮길 것을 요구한 통화 녹취가 공개된 것이다.

공천 개입은 없었다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달리 현 전 수석도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나하고 한 약속은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다”며 지역구 이동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서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서 출마를 준비했다. 서 의원은 2~3일 더 고민한 뒤 거취를 밝힐 예정이었지만 녹취록 파문이 확산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