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표현 자유 제한"vs"지역구 선거와 달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거리 연설'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정당에 대한 선거' 성격을 띠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허용하는 모든 선거운동 방법을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신우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는 지역구 후보와 달리 공개장소에서 선거법 연설을 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녹색당 당원들이 공직선거법 79조(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 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의 공개변론을 열고 청구인인 녹색당과 이해관계인인 중앙선관위의 의견을 들었다.

이 조항은 '후보자(비례대표의원 후보자 및 비례대표지방의원 후보자는 제외한다)는 선거운동기간 중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홍보하기 위해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연설과 대담을 할 수 있다고 보장하면서도 비례대표 의원은 그 대상에서 제외해 차등을 둔 것이다.

녹색당 당원들은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22일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이 선거 출마자와 유권자의 선거 관련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공개장소에서 연설할 수 없는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중앙선거방송 토론회에서만 의견을 밝힐 수 있어 유권자와 직접 만나고 교감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입장이다.

녹색당 측 대리를 맡은 박 변호사는 "중앙선거방송 토론회에서 비례대표 후보자의 발언 시간은 7분 정도에 그쳤고, 시청률도 1.8%로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 참고인인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총선 지역구 후보자를 낼 계획이 없던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같은 당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연설 기회를 주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하 대표 유세 과정에서 함께 연설하는 것이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가 거리 연설을 할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녹색당 같은 군소 정당도 (비례대표만 출마시켰을 때) 유권자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검증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중앙선관위 측 진술인인 신 과장은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에게는 지역구 의원 후보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방송광고 등 다른 방법이 허용되기도 한다"며 "연설 등 금지조항이 선거운동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양측은 선거 방법 등을 정하는 공직선거법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 기탁금 1천500만원을 내도록 규정한 56조 1항 2호, 선거 전 180일 이내에 규정된 방법으로만 선거운동을 하도록 정한 같은 법 93조 1항 1·2호, 선거기간 중 입당 권유 등을 위한 호별 방문을 금지한 106조 1·3항이다.

녹색당 측은 해당 조항들이 예비 후보자나 후보자, 유권자 등의 선거운동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해당 조항들이 무분별한 후보자 난립 또는 선거 과열, 불법선거 등을 막기 위해 일부 행위를 규제하거나 기탁금을 받을 뿐 선거운동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맞섰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