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현 구조조정은 땜질식 처방에 그쳐…사업 통폐합 등 큰 그림 그려야"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는 북한을 포함해 8000만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염원을 받들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내 당선시키는 게 당 중진들의 막중한 역할이다.”

충청 출신(대전 서구갑) 5선인 박병석 의원(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권에서 자격을 갖춘 대선주자들이 공정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와 풍토를 세워야 한다”며 ‘중진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19대 국회는 건설적인 토론 속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며 “20대 국회는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이뤄지도록 당내 중진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산업 구조조정 이슈를 선제적으로 제기했던 박 의원은 “경제 운용의 큰 틀을 바꿔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반짝 경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돈을 풀고 있다”며 “본질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아니라 기업 재무 구조조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운산업 구조조정은 땜질식이 아니라 사업 통폐합 등 큰 틀에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선업을 비롯해 해운, 건설, 철강산업까지 아우르는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 광역단체장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자체장들이 대권 후보로 나서려면 뚜렷한 성과와 실적부터 보여야 한다”며 “대선이 1년 반이나 남았고 지자체장 임기를 2년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대선 홍보를 하는 것은 국민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치권의 개헌론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선 건강한 정당 발전과 국회의 건전한 문화가 조성되기 힘들다”고 찬성론을 폈다. 그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간적 제약 등을 감안할 때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개헌투표를 함께한 뒤 적용 시기는 19대 대통령이 아니라 20대 대통령 때부터 적용하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구조 유형으론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제안했다.

차기 당권과 관련해 박 의원은 “차기 당 대표는 특정 계파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본선 경쟁력을 갖춘 대선주자를 가리는 엄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 의원이 전략적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장 당내 경선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박 의원은 20대 후반기 경선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년 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전후한 권력구조 재편 등으로 국회의장이 어느 당 몫이 될지 불투명하다”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고, 충청권 유일 5선 의원으로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소임으로 국회의장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김기만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