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와 협의 일정 못 정해…대학 등 의견수렴도 없어

올해 5월 중순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를 검토한다고 밝힌 국방부가 이후 한 달 반이 넘게 관련 부처 협의나 의견수렴 없이 침묵을 지켜 이공계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4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3년까지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한다고 지난 5월16일 밝혔지만 이후 지금껏 미래부와의 논의 일정도 못 정한 상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공계 병역특례가 국내 연구개발(R&D) 역량과 중소기업 활성화에 꼭 필요한 제도라 폐지하면 안 된다는 부처 견해를 5월20일자로 국방부에 전했지만 이후 관련 협의를 하자는 연락이 없었다"며 "논의 일정에 대해서도 국방부에서 들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공계 병역특례는 과학기술 연구직을 지망하는 남학생의 진로와 직결되는 문제라 KAIST 등 주요 대학과 학계·산업계에서 큰 파문이 일었지만,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학생·연구자 등을 만나 현장 의견수렴을 한 적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이 같은 '묵묵부답' 행보를 두고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결과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국내 과학기술 관련 단체의 연합체인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폐지안에 대해 '강력 반대' 견해를 내놨고 포스텍·KAIST 총학생회 등 이공계 학생 단체 20여 곳은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를 조직해 폐지안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나섰다.

이공계 대학원 학생 80%가 병역특례가 없어지면 국내 박사 진학을 포기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어 특례 폐지안이 한국 R&D 기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않다.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의 박항 상임위원(KAIST 부총학생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학생 등 당사자와 대화 채널을 만들고 소통하라'며 국방부에 민원도 넣었지만 이에 관해 아무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업 계획 때문에 입대를 미룬 많은 이공계 학생들의 삶이 폐지 검토안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데 이처럼 대화 없이 침묵이 계속되면 당사자가 느낄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측은 이와 관련해 부처 협의와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지만 아직 관련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역의무의 형평성과 국방태세 유지 그리고 우수 인력의 활용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관계부처 기관과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공계 병역특례는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등 두 종류가 있다.

산업기능요원은 특정 자격증을 갖고 중소기업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 병역이 대체되는 것이 골자이고, 전문연구요원은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가 병무청 지정 연구기관에서 R&D를 하며 군 복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국방부는 저출산 때문에 입대 인원이 계속 줄어들어 병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이공계 병역 특례가 개인 학업·경력을 돕는 '특혜'라는 비판도 많아 해당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국방부는 이공계 병역 특례의 대안으로 우수 과학기술 인력을 군 내 전문특기 사관이나 사관학교 교수 요원 등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