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개최 불발
김용태, 혁신위원장 사퇴…당 계파갈등 내홍속으로

새누리당은 17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와 '김용태 혁신위'를 동시에 출범시키려 했으나 친박(친박근혜)계 반발 속에 불발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잇따라 열어 비대위원장에 정진석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혁신위에 당론 결정권을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회의 개최 자체가 무산됐다.

상임전국위원 재적 52명 가운데 이날 참석 위원은 20명 안팎으로 절반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박계로 분류되는 위원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았으며, 일부 비박계 위원도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4·13 총선 참패 후 비대위 체제 전환과 혁신위 활동을 통해 당의 쇄신과 재건을 도모하려 했던 애초의 계획과는 정반대로 최악의 계파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혁신위원장에 비박(비박근혜)계 김용태 의원을 내정하고, 비대위원으로는 김세연 김영우 의원, 이혜훈 당선인 등 10명을 선임했다.

이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는 비대위와 혁신위가 강성 비박계 일색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으며, 전날 친박계 당선인 20명은 "인선을 원점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연판장까지 돌리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날도 일부 친박계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참석을 사실상 보이콧하며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전국위 회의장에서 "이런(산회) 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어 저도 한스럽다"면서 "성원이 되지 않아서 회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 참담한 오늘의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서는 "회의 무산이 계파 갈등 때문이냐"는 질문에 "많은 분이 그런 지적을 하고, (전국위원들이) 여의도에는 많이 와 있는데 회의장에는 못 들어오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밝혔다.

상임전국위원인 정두언 의원은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면서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이 정체성"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와 혁신위 추인이 불발되자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를 선언했다.

김용태 의원은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얻었었다.

그러나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류미나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