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 자율성 무시…공천에선 당헌당규 무시돼"

국내의 대표적 진보학자 중 한 명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5일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해 "민주적 규범을 경시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특히 새누리당 내에서의 박근혜 대통령 영향력과 공천 과정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이번 총선을 "민주주의를 되돌아보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날 '새누리당 혁신모임'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무엇보다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윤리에 관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임기 후반을 맞은 대통령이 자신의 세력을 확대 유지하기 위해 당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와 규범에 어긋나고 적어도 정치윤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의 권력과 정치가 대통령 비서실 밖을 넘지 못하면 그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은 삼권분립인데 현 정부에서 이것이 공공연하게 무시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해서도 "공천 과정에서 당헌·당규는 공공연하게 무시됐다"며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정책적 대안이나 선거공약 제시를 떠나 민주주의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에 거꾸로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선거에서 그간 여당을 지지했던 다수의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갈 이유나 열의를 찾지 못하게 됐다"고 패배 원인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의 교훈은 적어도 한국사회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야 간 갈등이나 보수 대 진보의 갈등도 민주주의 컨센서스 위에서 전개돼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정부여당 주도로 통과시킨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강력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범인 체포율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이슬람 권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개인의 시민권을 제한할 강력한 법을 제정할 이유가 어딨냐"며 "보편적 인권을 확립하는 게 최고의 안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보수가 아무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은 과거의 보수로 되돌아갈 것이냐, 보다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있고 그 길은 혁신적 보수에 있다고 믿는다"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조언했다.

또 "한국사회가 실질적으로 변하려면 보수파가 변해야 하고, 그래야 효과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며 "새누리당 자체가 민주주의를 내면화하기 위한 민주주의 세력들을 포함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자원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영우 이학재 황영철 오신환 하태경 의원 등 혁신모임 소속 의원들과 심재철 이주영 나경원 이이재 의원 등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