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사관 강력 항의…우리 정부 발빠른 대처로 이틀 만에 해결

1979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억류사태 직후 대(對) 이란 경제제재에 나선 미국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한국지점의 주한 이란대사관 계좌를 동결했다가 우리 정부의 중재로 해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억류사태 직후인 1979년 11월 19일 주한 이란대사관 측은 미국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한국지점이 이란대사관의 계정을 사전 통보도 없이 폐쇄했다며 우리 정부에 BOA의 조치가 합법적인지를 따졌다.

당시 미국은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억류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내 은행에 예치된 이란 정부 자금을 동결한 상태였다.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대이란 금융제재가 BOA 한국지점까지 미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주한 이란대사관 측의 문제 제기에 따라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

미국계 은행 한국지점이 미국 정부 지시에 따라 제3국 대사관 계정을 동결하는 것이 합법적인지, 만약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외국 대사관 보호 의무와 상충하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정부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두루 검토한 끝에 BOA 한국지점의 주한 이란대사관 계좌 동결이 불법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BOA 한국지점은 국제법상 영토주권 원칙에 따라 한국 법령을 준수해야 하고 이란대사관 예금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불가침권을 갖는다는 것이 이 같은 결론의 근거였다.

한국 정부는 이란대사관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보장해야 할 국제법상 의무를 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우리 정부는 BOA 한국지점의 이란대사관 계좌 동결에 관해 주한 미대사관 측에 해명을 요청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미국의 대이란 금융제재는 미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해명하고, 11월 21일부로 BOA 한국지점의 이란대사관 계좌 동결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자칫 한국과 이란, 한국과 미국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었던 BOA 한국지점의 이란대사관 계좌 동결 사건이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이틀 만에 종결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주한 미대사관 측에 "주한 이란대사관 계좌 동결을 해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은행이 한국 정부도 모르게 외국 공관의 재산을 동결한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