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찾기 경쟁 치열…일부, 국민의당으로 넘어갈듯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새누리당 A 의원실에서 일하는 비서관 B씨는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의 공천자대회를 찾았다.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증발할 일자리에 대비해 새로운 자리를 예약해 두기 위해서다.

누가 당선될지 알 수는 없지만 여기저기 눈도장을 찍어 두면 20대 국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훨씬 쉬울 것이라는 생각했다고 B씨는 밝혔다.

사실 B씨는 이때만 해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당이 원내과반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돼 경우에 따라 새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당내 초선 의원 사무실로 옮길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총선 개표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는커녕 원내 제1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줄 정도로 참패하자 낙선한 후보들 만큼 B씨도 앞날이 캄캄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이렇게 큰 폭으로 의석을 잃기는 처음인 탓이다.

1996년 15대, 2000년 16대, 2004년 17대 총선을 거치며 새누리당 전신인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의석은 각각 139석, 133석, 121석으로 줄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153석을 얻은 데 이어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152석을 확보했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선 122석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보좌진들의 구직경쟁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일부 보좌진들은 외부에서 충당되기도 한다.

이처럼 새누리당 의원보좌진이 우려하는 '실직 공포'는 8년 연속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한 '기저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규에 따르면 각 의원은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6·7·9급 상당 비서 각 1명 등 7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다.

여기에 인턴 및 입법보조원으로 통상 2명을 더 채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직난에 처한 새누리당 일부 보좌진들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내걸고 이번 총선에서 선전한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둥지'로 이탈할 조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소속 정책보좌관 C씨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문 정책 보좌진이라면 당을 가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더민주로 넘어가진 않을 테고 국민의당으로는 왔다갔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