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출구조사, '여소야대' 모처럼 맞췄네
15대 이후 모두 빗나갔던 출구조사…"이번엔 무응답·사전투표 예측에 심혈"

5번이나 내리 예측이 빗나갔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모처럼 들어맞았다.

한국방송협회와 방송 3사로 구성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는 13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여소야대'(與小野大)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는 예측 결과를 내놨다.

방송 3사는 같은 출구조사 원자료를 받은 후 자체적인 사전여론조사 결과 등을 조합해 각각 다소 다른 예측치를 내놓았지만 큰 틀에서는 거의 유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출구조사는 선거일 오전 6시∼오후 5시 전국 투표소 50m 밖에서 전체 투표자 중 약 3% 유권자가 어떤 후보자와 정당에 투표했는지 조사해 결과를 예측한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시작됐지만 지난 19대까지 5번의 총선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특히 17·18대 총선에서는 후보자 당락과 집권당 의석수 등에서 예측이 빗나간 부분이 많아 방송 3사가 사과방송까지 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 3사는 부정확한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에서 앞서 가는 정당을 견제하기 위한 유권자 심리가 접전지역 결과를 뒤집거나, 출구조사 과정에서 응답을 회피한 상당수 유권자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사전투표'라는 변수가 추가돼 출구조사를 통해 실제 표심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측은 거의 근접했다.

사실 출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5대부터 18대 총선까지는 여론조사에서 특정 당이나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출구조사 없이 전화조사만 했다.

지난 19대 총선부터 전 지역구에서 출구조사를 모두 실시했으나 여전히 정확성을 높이는데 다소 미흡한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출구조사 무응답과 사전투표의 표심까지 세밀하게 분석한 덕택에 실제 결과에 비교적 근접할 수 있었다고 방송협회는 14일 분석했다.

출구조사에서 방송 3사 모두 새누리당 120∼140석 안팎, 더불어민주당 100∼120석 안팎, 국민의당 30∼40석 안팎으로 예측했는데, 최종 개표결과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집계된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경합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상당수 낙선한 반면 더민주 후보들이 깃발을 꽂고, 국민의당이 광주를 중심으로 약진한다는 출구조사가 정확했던 셈이다.

MBC 관계자는 "많은 지역에서 개표 당시 뒤져있던 후보라도 여러 상황을 종합해 당선확률에서는 더 높은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 결과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한층 더 보강된 예측력이 진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최소 의석의 폭을 20석 정도로 넓혀 맞힐 확률을 높여놓은 것도 한 몫을 했다는 해석도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19대 때도 당선자 예측이 틀렸던 17개 지역구 중 16개가 오차범위 내였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틀린 건 아니었다"며 "최대·최소 의석 폭도 19대에 비해 20대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