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도 '그밥에 그나물' 차별 없어…흑색선전·불법선거만 기승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구도 속에 국민의당과 일부 무소속 후보가 가세하면서 충북 선거판이 복잡해지는 듯했지만 예상 외로 차분하다.

후보들의 출퇴근길 거리 인사와 로고송이 없었다면 선거가 치러지는지 모를 정도다.

여야 3당은 물론, 무소속 후보조차 이번 총선에서 차별화를 이룰만한 정책이나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17대 총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열풍이 총선판을 흔들었고, 18대 총선 때는 이명박 정부 안정론과 견제론이 충돌했는가 하면 19대 총선 때는 무상 복지 포퓰리즘이 전국의 선거판을 달구는 이슈였다.

충북에서도 지역 관련 대형 이슈로 선거판이 들썩였다.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충주와 괴산 등을 공략하기 위해 내세운 대운하 공약을 두고 여야가 갑론을박했고, 19대 총선 때는 국립암센터 분원 설치 백지화 책임 공방이 거셌다.

새누리당은 분원 유치 실패를 이시종 충북지사의 무능력으로 몰아붙였고, 이 지사가 속한 민주통합당은 정부의 충북 홀대 논리로 맞섰다.

특정 어젠다가 총선 때마다 충북 민심을 흔들었던 것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에서도, 지역에서도 유권자의 시선을 끌 만한 이슈가 없다.

중앙에서 '정부 심판론'과 '국회 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폭발력은 이전 총선 이슈보다 못하다.

후보들의 공약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유권자의 시선을 끌거나 담론을 끌어낼 만한 공약은 거의 없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이나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청주공항 활성화가 대표적인 공약인데 여야 모두 내놓아 '공약(共約)'이 됐다.

충북도나 도의회가 공약으로 채택해달라며 제안한 지역현안에 양념을 조금 쳤을 뿐이다.

이조차도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어 뜬구름 잡기 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할 이슈나 공방이 없으니 앞서가는 후보나 뒤쫓는 후보 모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차 범위 내 박빙의 승부를 가려야 하는 청주지역 후보들이 더욱 그렇다.

우위에 있는 후보는 확실한 격차를 벌리고 싶은데 그 못하고, 밀리는 후보는 판세 역전의 발판 확보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런 형태로 '조용한 선거'로 선거일을 맞게 된다면 인지도에서 앞서는 신인보다는 기존 정치인이 유리할 수 있다.

새누리가 비청주권, 더민주가 청주권에서 우세했던 19대 총선 결과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선거판에서 정책과 이슈가 사라지면서 흑색선전·비방이 오가는 이전투구가 심화됐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유인물 살포나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불법 선거운동도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에 출마한 아들을 지지해달라며 유권자 40여명에게 41만원어치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후보 아버지 A씨가 지난 1일 청주지검에 고발당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지만 충북 선거관리위원회는 의혹이 짙다고 보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유권자 100여명에게 120여만원어치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B씨 등 3명이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고발되기도 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뚜렷한 이슈 없이 총선이 치러지면 지지해온 정당이나 인물을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 행태가 나올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꼼꼼하게 인물과 공약을 따져본 뒤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