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유승민 탈락 지역 직인 거부 '옥새 투쟁'
내일 후보 등록 마감까지 1∼2곳 후보 교체로 타협 전망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4·13 공천 심사 결과에 반발하며 마침내 결사 항전의 태세로 들어갔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친박(친박근혜)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단수·우선추천지 선정에 대해 직인 찍기를 거부하는 이른바 '옥새 투쟁'을 전개하며 당무 보이콧까지 불사한 것이다.

막판에 터진 뇌관은 서울 은평을, 서울 송파을, 대구 동갑, 대구 동을, 대구 달성까지 5곳이다.

특히 은평을은 내내 눈엣가시였던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 동을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또 대구 동갑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달성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등 소위 '진박'(眞朴) 후보들이 나란히 단수 추천받았다.

청와대의 의중이 강하게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던 이유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진박 후보의 발을 묶고 청와대와 친박 주류에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가 끝내 무공천 입장을 고수하면 해당 지역 후보들은 공직선거법상 무소속 출마의 길도 막히고, 공관위가 탈락시켰던 비박계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지만 공관위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김 대표가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김 대표는 24일 여의도 당사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어떤 비난과 비판의 무거운 짐도 감수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

유 의원 공천으로 결론을 못내면 무공천이 옳다"고 강변했지만 공관위가 이날 이재만 후보를 단수추천하며 철저히 무시되자 마침내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6일부터 일주일 넘게 최고위에서 공관위 공천 심사의 추인을 보류하고 긴급 회견까지 열어 부당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주류인 친박계에 반기를 들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조해진 의원을 포함해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을 대거 '컷오프'(공천 배제) 한 이후부터다.

이번 사태는 향후 김 대표의 대권 가도를 비롯해 정치적 항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터진 국회법 파동으로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할 때 김 대표와 유 의원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의미)'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칼끝이 결국 유 의원을 쓰러뜨리고 김 대표를 향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막바지에 김 대표가 나선 것은 차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 안팎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쇼잉(보여주기)'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이런 김 대표에 대해 친박계에서는 "솎아 낸다"(윤상현 의원)고 했고, 이제는 비박계도 냉소적이다.

공천 배제 후 탈당한 조해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천 룰을 논의할 때부터 전략공천을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 제때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후퇴하는 바람에 다 어그러졌다"고 주장했다.

비주류인 정두언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완장 찬 망나니 이한구 위원장을 비롯해 유승민 사태에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비겁하다"면서 "치졸하기가 속된 말로 역대 양아치급"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가 끝까지 버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김 대표나 친박계 양측 모두 극한 대립 양상이 계속될 경우 총선 판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김 대표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5일까지 자신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1∼2곳의 공천자를 교체하거나 무공천으로 지정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