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혁해야 경제가 산다] 세비 30% 삭감…의원 정수 축소…여야 공약 선거 끝나자 '공수표'
여야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앞다퉈 약속했지만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했다가 선거가 끝나자 ‘나 몰라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4·13 총선에 출마한 여러 후보들은 지금도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포기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돈과 관련된 것들이다. 의원 한 명이 받는 세비(급여)는 연간 1억3796만원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세비 30%를 삭감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더민주가 소속 의원 127명 전원의 서명이 담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고, 새누리당도 이에 찬성했다. 개정안은 이듬해 3월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운영위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각종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 154명은 특별활동비 명칭을 ‘회의참가수당’으로 바꾸고, 회기 중 본회의나 상임위가 열리지 않으면 그 기간만큼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의 법안을 2014년 12월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운영위에서 논의되지 않아 폐기될 처지에 놓여있다.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도 국회의원 특권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이들 특권은 군사독재 시절 의원들을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의원들이 이 권리를 막말, 허위사실 유포, 국가기밀 유출 등의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여야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두 특권의 폐지 혹은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선거가 끝나자 ‘헌법 개정사항’이라며 슬그머니 논의를 중단했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해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달 새누리당은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을 20대 국회에서 합리적으로 바꾸겠다”고 또다시 약속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단골메뉴’다. 양당은 2012년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선거가 끝나자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선거구획정을 다시 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의원 정수 축소가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는 현행 300석을 유지하는 선거구획정안을 지난 2일 통과시키며 의원 정수 축소는 없던 일이 됐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