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와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당내 공천 갈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와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당내 공천 갈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비박(비박근혜)계 현역 의원들의 대거 컷오프(공천 배제)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의 분란이 연일 격화하고 있다.

공식 후보 등록(24일)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공천 심사를 담당하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이틀째 파행을 거듭했다. 공천 갈등의 핵심 뇌관인 유 의원의 공천 문제와 관련, 당 최고위원회의와 공관위가 서로 최종 결정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최고위는 18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유 의원의 공천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관위는 최고위에 유 의원 공천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최고위는 ‘공관위가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는 양상이다.

이날 회의에선 친박(친박근혜)·비박 최고위원들 간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장 밖에서는 “유승민 문제는 더 이상 끌고가면 안 된다”(김무성 대표), “기본적으로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하는 게 맞다”(원유철 원내대표) 등의 발언이 새어나왔다. 이따금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회의가 끝난 뒤 친박계 김태호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 공천 찬반에) 뚜렷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진통이 굉장히 높은 단계에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던 공관위 회의도 하루 미뤄졌다. 공관위 회의와는 별개로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요구로 심야 최고위 회의가 다시 열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고위원들이 공천 파행 사태에 대해 유감 표명과 결단을 요구했지만 김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친박계인 서청원,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결국 공관위와 최고위 두 회의 모두 파행으로 끝났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건은 아예 논의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사과할 일이 아니다”며 강경히 맞서고 있어 공관위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23일 당 공천자대회와 24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후보 등록 일정을 감안하면 21일이 공천심사를 마무리할 마지노선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고위와 공관위가 유 의원의 공천여부 결정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유 의원의 자진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유 의원 공천과 관련, “지금 나로선 (유 의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이 초선도 아니고 지금 걱정스러운 당 상황을 알지 않겠느냐”며 “원내대표까지 지낸 사람이니 당 상황을 신경써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당내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공관위 내에서 유 의원의 컷오프 결정을 내려놓고 시간을 끌며 유 의원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유 의원 본인이 (결단)하는 게 가장 좋고, 최고위에서라도 멋지게 방법을 찾아내도 좋고,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우리가 결론을 내야 한다”며 “유 의원이 일찍 결론을 내려주면 우리도 빨리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의원 측에선 이날 오후까지도 공천결정 지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유 의원 측근 사이에선 당의 불출마 종용에도 유 의원이 굴복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선이 결정되면 경선을 받아들이고, 컷오프되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에 복귀한다는 시나리오다.

유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핵심 측근 조해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있게, 힘있게, 당당하게 하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