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0월 동해상에서 남한 선박이 북한 어선과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뒤늦게 우리 정부에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인륜도 법도도 모르는 깡패무리'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을 통해 "박근혜 패당은 유치한 놀음을 당장 걷어치우고 우리 선박을 대상으로 감행한 범죄 행위에 대해 사죄하며 그에 따른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괴뢰 패당은 이 엄중한 사건이 있은 때로부터 여러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사죄와 보상을 외면해왔다"면서 "죄악에는 응당한 책임과 징벌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을 계속 회피하며 오그랑수(술수)를 쓸수록 죄악의 대가는 커지고 징벌의 도수도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도리와 량심(양심)이라고는 꼬물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후안무치한 날강도 행위"라면서 "더우기(더욱이) 격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괴뢰들이 저들의 망동을 현 정세에 빗대면서 정당화해 나서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로부터 강도 높은 압박을 받아온 북한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어선 충돌사건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적절한 시점을 통해 남북이 진상조사와 보상절차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동해 상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함경북도 무역관리국 소속 선박 '두루봉호'를 남조선 선박이 들이받아 선원 5명을 부상시키고 선체를 파손시킨 채 도주하는 망동을 부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경 등에 따르면 제주 선적 화물선 하이니 호가 지난해 10월 1일 오전 북한 측 공해상(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북동방 190마일 지점)에서 어로 중이던 북한어선 두루봉 3호와 충돌하고 남쪽으로 항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경은 하이니호 선장으로부터 "당직자인 2항사(2등항해사)가 근무소홀로 어선과 충돌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선장은 충돌 당시 새벽이어서 곧바로 충돌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